"트럼프, 압박·예측불가 전략 변화시켜야"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국제 사회 제재 유도, 억류 미국인 송환, 북미 대화 개최 합의 등 과거 행정부가 이루지 못했던 성과물을 보여주며 대북 승전고를 울려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본격 시험대에 올랐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성공에 대한 척도는 단지 북미 정상회담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달 12일 싱가포르에서 나올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물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전략, '고압적 자세와 예측 불가능성'이 북한에도 먹혀들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 수십년간 과거 행정부가 달성하지 못했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뤄내겠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진정한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선 '치밀한 준비'와 '극단적일 정도의 주의력', '회의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북한과 수차례 협상했던 빌 리처드슨 전 유엔(UN)주재 미국 대사는 "내가 걱정하는 건 트럼프는 누구의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그의 임기 중에서 가장 중대한 이벤트인 만큼 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진정한 준비와 전략이 있어야 한다"며 "대통령은 달성해야 할 것과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플랜 B는 무엇이 되어야 할 지에 대해 그의 사람들에게 귀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직감'에 의존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 결정 방식은 현재까지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통신에 따르면 지난 3월 트럼프 대통령은 고위 보좌관들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즉석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기로 했다.
당시 보좌관들은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득을 얻는 건 김 위원장이라고 주장했고, 회담 개최 결정에 앞서 북한의 핵무기 포기 의지가 진짜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北 전문 인력·회담 준비성 의문
북미 정상회담 일정이 큰 차질 없이 잡힌 것과 달리 전문가들은 회담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우선 북한 지도자들을 상대해 본 보좌진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회담에 나올 북한 고위급 관리들은 이전의 여러 비핵화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다. 이번 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일정에서 마크 램버트 국무부 한국 정책 국장 같은 인물들은 동행하지 않았다.
또 회담 준비가 충분히 됐는지에 관해서도 지적이 제기됐다. 통상 회담 개최 전 직급이 낮은 직원들이 수 주 또는 수개월 에 걸쳐 회담을 계획하지만 이번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준비 초기 단계부터 끼어들었다.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국무부에서 아시아태평양 차관보를 지냈던 대니얼 러셀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소장은 "과거 기록을 볼 때 북한이 우리에게 신뢰를 줄 만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러셀 부소장은 특히 걱정되는 것은 김 위원장이 한국과 중국 지도자 등을 개별적으로 만나면서 주변국의 분열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6개월 전 5개 국가(중국, 미국, 한국, 일본, 러시아)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발맞춰 서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제 각자 목적에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국무부에서 일했던 YJ 피셔는 CNN뉴스 기고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양보로 주한 미군 철수를 준비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이것이 '트럼프 독트린'이라면 이는 미국과 세계에 재앙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