핌코 포함 운용사들 채권 포트폴리오 교체 잰걸음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지난달 3.0%를 뚫고 오른 뒤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월가 자산운용사들 사이에 장기물 채권 ‘팔자’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와 함께 물가연동채권(TIPS)으로 뭉칫돈이 몰려 주목된다. 월가의 ‘큰손’들이 이른바 듀레이션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장기물에서 단기물 채권으로 갈아타는 한편 TIPS 매입으로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맨해튼 금융권 <사진=블룸버그> |
8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TIPS를 집중적으로 매입하는 미국 상장지수펀드(ETF)로 연초 이후 25억달러의 자금이 밀려들었다.
이는 전체 자산의 6%에 해당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총 자산 244억달러로 미국 최대 규모의 TIPS 관련 ETF인 아이셰어 TIPS ETF로 약 7억달러의 자금이 유입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 부양을 위해 대규모 세금 인하와 3000억달러 규모의 재정 지출 계획을 내놓은 데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인 채권 운용사인 핌코는 장기물 채권 비중을 대폭 줄이는 한편 단기물 채권 비중을 늘리는 데 잰걸음을 하고 있다.
트로이 애셋 매니지먼트는 장기물 TIPS를 적극 사들이고 있고, 아비바 인베스터스는 미국 채권을 축소하고 미국 뿐 아니라 일본 및 프랑스 등 해외 TIPS에 대해서도 매수 포지션을 취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을 감안할 때 장기물 채권의 수익률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해까지 미국 금리가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편 경기 회복에도 인플레이션이 저조한 수준에 머물자 장기물 채권에 공격적인 베팅에 나섰던 운용사들이 본격적인 전략 수정에 나섰다.
이에 따라 장단기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를 반영하는 일드커브는 날로 평탄화되는 모습이다. 30년물과 5년물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는 30bp까지 좁혀졌다.
아울러 TIPS가 인기몰이를 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쏠쏠한 수익률을 안겨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TIPS는 5%에 가까운 수익률을 냈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국채가 0.8% 손실을 낸 것과 크게 엇갈리는 결과다.
영국 소재 트로이 애셋의 세바스찬 라이온 펀드매니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TIPS는 투자자들에게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산 가운데 하나”라며 “일반적인 채권과 주식의 추가 상승 여력은 지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TIPS와 단기 채권 등 인플레이션 상승 리스크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자산의 비중을 늘려야 하는 시점이라는 데 시장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국채나 회사채에 비해 TIPS의 발행 물량이 제한적인 것도 앞으로 추가적인 가격 상승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미국 채권시장에서 TIPS가 차지하는 비중은 9%에 그치는 실정이다.
투자자들은 무역 마찰로 인한 경기 둔화 리스크를 배제할 수 없지만 재정 확대만으로도 물가가 뛸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