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세청‧공정위‧국토부, 조 회장 일가 향해 '총공세'
주주들의 경영진 교체 움직임…"끝내 퇴진" 예상도 나와
[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전방위적인 압박이 하루가 다르게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까지 가세한 사정당국이 총수 일가의 온갖 의혹들에 대해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는데다, 내부 직원들도 조만간 거리로 나가 이번 사태를 규탄할 태세다.
심지어 대한항공 주주들이 힘을 합쳐 경영진 교체를 추진하자는 '조양호 퇴진론'까지 등장했다. 조 회장 일가가 대한항공의 기업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 만큼, 주주들이 직접 나서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대한항공> |
25일 항공업계와 사정당국에 따르면, 현재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기내면세품 판매 과정에서 통행세 등으로 그룹 계열사나 조현아‧원태‧현민 등 한진가 삼남매에게 부당한 이익을 줬는지 여부에 초점을 맞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0일 대한항공 기내판매팀 등에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또한 공정위는 항공 마일리지와 관련, 대한항공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의혹 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수사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이르면 이번 주 중 '물컵 투척' 사건의 당사자인 조현민 전무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조 전무의 휴대전화 등에 대한 디지털포렌식 분석결과를 확보, 마무리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 조 전무의 혐의에 대해선 특수‧상습폭행 외에 업무방해 등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또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갑질 의혹'에 대해서도 내사에 들어간 상태다. 이 이사장은 오랫동안 대한항공 임직원과 운전기사, 가정부 등을 상대로 폭언과 폭행을 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밖에도 관세청은 조 회장 일가가 외국에서 고가의 명품 등을 불법으로 밀반입, 탈세했다는 의혹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미국 국적인 조 전무가 진에어의 등기임원으로 6년간 재직했던 것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집회를 열고 이번 사태를 규탄,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낼 계획이다. 이들은 오는 27일 서울 강서구 본사 앞에서 '경영정상화를 위한 전직원 촉구대회'를 개최,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는 등 목소리를 높인다. 이날 집회에는 대한항공 내 3개 노동조합이 모두 참여할 예정이다.
조종사노동조합 관계자는 "오너 갑질이 이번 문제를 야기, 회사가 안팎에서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이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하고자 집회를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이 많이 모일 걸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한 내부 직원은 "주변에 보면 처음 입사했을 때 기대했던 것과 실제 회사 생활이 너무 다르다는 동료들이 많았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대한항공이 좀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 회장 일가의 완전 퇴진을 요구하려는 주주들의 움직임도 일고 있다. 제이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는 지난 24일 "조 회장 일가가 대한항공을 좌지우지하는 어마어마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지만 정작 지분은 시가총액의 11%"라면서 "주주들의 힘으로 경영진을 교체하는 운동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법률사무소는 조 회장 일가가 대한항공의 기업가치를 크게 훼손한 만큼, 주주들에게 의결권을 위임 받아 경영진을 직접 선출하는 주주민주주의 운동을 추진하겠단 계획이다.
이처럼 대한항공을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재계 일각에서는 조 회장이 끝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을 거란 예상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조현민 전무의 '물컵 투척' 사건에서 시작된 이번 사태가 가족 전체의 갑질 의혹으로 번진 만큼, 사실상 사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사정당국이 총공세를 펼치고 있고 국민여론도 심각하지 않느냐"면서 "지금 상황에서 (조 회장이) 할 수 있는 선택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사태에 대한 국민여론은 더 이상 떨어질 데가 없을 정도로 이미 바닥을 친 상태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갑질과 관련, 무려 1000여개 이상의 청원 글이 올라와 있다. 이러한 여론 또한 조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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