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철강 불모지에서 글로벌 기업 성장까지
"정권 바뀌면 회장 바꾸는 적폐 사라져야"
[뉴스핌=백진엽 기자] ‘제철보국 토대 마련(박태준)→ 외국인 주식취득 허용(황경로)→ 신포스코 창조(정명식)→ 국제신인도 향상(김만제)→ 민영화와 사명 변경(유상부)→ 글로벌 생산기지 확보(이구택)→ 신성장동력 구축(정준양)→ 경쟁력·신성장동력 강화(권오준)’
역대 포스코 회장들이 거둔 중요한 성과들이다. 박태준 명예회장부터 현 권오준 회장까지 8명의 포스코 회장들은 ‘제철보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포스코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사업을 추진해 오면서 철강 역사에 족적을 남겼다. 아무것도 없던 포항의 모래사장을 지금의 글로벌 철강회사로 키운 주역들이다.
◆ '제철보국' 신념으로 '철강한국' 초석 다져
자본과 기술, 경험도 없는 철강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에 제철보국의 신념으로 포스코를 세운 이는 초대 회장인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이다. 그는 용광로도 보지 못한 33명의 창립멤버를 이끌고 포항의 모래사장에 초석을 다졌다. 박 명예회장은 1981년부터 1992년 10월까지 포스코를 이끌며 현재 포항제철소, 광양제철소를 건설했다.
포스코 역대 회장 <그래픽=김아랑 기자> |
박 명예회장의 뒤를 이은 황경로 회장은 철강 2100만톤 체제를 정착시키고 정관 개정을 통해 외국인도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했다. 포스코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자본자유화 취지와 개방 차원의 국민주 기업 토대를 이 시기에 다진 것이다.
1993년 3월 3대 회장으로 취임한 인사는 정명식 회장이다. 정 회장은 포스코의 창업세대가 새로운 경영진으로 올라서는 시기에 취임, 과감한 조직 및 인사 쇄신 등으로 포스코 개혁을 가속화했다. 황 회장의 재임기간은 6개월, 정 회장의 재임기간은 11개월로 그리 길지는 않았다.
정 회장에 이은 4대 김만제 회장은 1994년 취임과 동시에 포스코를 국내 기업 최초로 뉴욕증시에 상장해 국제적 신인도를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김 회장은 1998년까지 4년간 재임했다.
◆민영화와 글로벌 포스코 기틀 마련
2000년대 전후로 포스코는 급변의 시기를 맞는다. 이 시기 민영기업으로 바뀌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토대를 마련한 인물은 1998년 취임한 5대 유상부 회장이다. 외환위기 시절 포스코 수장에 오른 유 회장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수출에 총력을 기울였다. 포스코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민영화를 진두지휘한 것도 유 회장이다.
민영화 이후 2003년 취임한 이구택 회장은 해외 각지에 생산기지와 판매망을 확충하고 세계 어디서나 통하는 포스코 고유의 일하는 방식 '글로벌 포스코웨이'를 정립해 글로벌 포스코의 기틀을 마련했다.
◆본원 경쟁력 강화+신성장 성과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재임한 7대 정준양 회장은 포스코를 더욱 경쟁력 있는 회사로 다졌다. 포스코는 2010년부터 4년 연속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1위에 선정되며 세계 최고 철강기업 반열에 올랐다. 또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구축한 '종합소재'와 '에너지' 두 축을 기반으로 포스코패밀리 통합형 사업모델을 정립했다.
8대 권오준 회장은 2014년 3월 취임해 현재까지 포스코를 이끌고 있다. 윤리∙화목∙창의∙일류 4대 경영이념을 기반으로 철강 본원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신성장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했다는 평가다. 윤리 기반의 경영 인프라 구축을 아젠다로 삼고 ‘혁신 포스코’를 완수하며, 외형 성장에서 내실 있는 성장으로 경영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정권 교체=회장 교체? "사라져야"
포스코가 8대 회장까지 이어오는 과정은 평탄치만은 않았다. 특히 민영화 이후에는 ‘연임에 실패한 회장은 없지만 연임 임기를 모두 채운 회장도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권 교체와 맞물려 정권 차원에서 회장의 교체를 원하고 흔들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권 회장이 2020년 3월까지의 임기를 마치면 연임 임기를 모두 채운 첫 번째 회장이 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가 국가 기간산업이자 공기업으로 시작했기 때문에 겪는 일이지만 이제 민영기업이 된 만큼 CEO 자리를 정부가 쥐락펴락하는 것은 문제”라며 “정권 교체 시마다 겪는 혼란을 지금까지는 포스코의 저력으로 극복해 왔지만 앞으로도 이런 일이 계속된다면 경쟁력은 갈수록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뉴스핌 Newspim] 백진엽 기자 (jinebi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