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핌 오승주 경제부장] #지난해 과로사 등으로 숨진 집배원은 20명이다. 전체 집배원이 1만2000명 가량이니 집배원 600명당 1명이 목숨을 잃은 셈이다. 최근 5년간으로 범위를 넓히면 집배원 희생은 더욱 늘어난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기간 최명길 전 의원(당시 국민의당)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7년 9월까지 우정사업본부에서 218명이 삶을 놓았다.
경찰관과 소방관도 마찬가지다. 신창현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2012~2016년 과로사 공무원 중 경찰청 소속이 47명으로 가장 많았다. 소방청 소속도 7명이다.
#1550조원. 정부가 3월26일 국무회의를 통해 심의 의결한 ‘2017 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에 담긴 ‘전체 국가채무’ 규모다. 나랏빚이 사상 처음으로 1500조원을 돌파했다. 국가부채는 국민이 세금으로 부담해야 할 몫이다.
우려스러운 것이 당연하다. 나랏빚이 1550억원도 아니고, 5만원 짜리로도 셀 엄두가 나지 않는 1550조원이다. 1550조원을 5만원짜리로 1초에 2장을 손빠른 사람이 센다고 가정하면, 491년6개월(윤년 등은 제외)이 걸린다. 참고로 조선왕조는 518년, 고려왕조는 474년이다.
그런데, 이 가운데 전체 나랏빚의 75%를 넘는 93조2000억원은 공무원·군인연금에 대한 연금충당부채 증가에 따른 것이다.
당장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공무원 증원 17만명에 대한 비난이 빗발쳤다. 일자리 늘린다더니 공무원만 늘려 국가재정을 파탄내고 있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진다.
#국가채무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는 당장 지출되는 돈은 아니다. 공무원과 군인이 퇴직하면 받는 연금이다. 그런데 2013년부터 국제회계 기준이 바뀌었다. 현재 가입자의 예상 가입기간과 임금상승 전망, 수급기간 등을 바탕으로 향후 수급액을 구하는 방식이다. 현지 시점에서 1명이 나중에 받아갈 전체 연금액을 나랏빚으로 잡는 방식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공무원 17만명이 증원될 경우 국가채무는 당연히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해 공무원 17만4000명을 새로 뽑으면 국민세금 327조원(30년 근속 기준)이 추가로 투입될 것으로 추산했다.
그렇게 될 경우 해마다 계산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는 있지만, 문재인 정부가 추진중인 2022년까지 공무원 17만4000명 증원이 이뤄지면, 4년 안에 나랏빚 2000조원 돌파는 시간문제다.
#일자리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일자리 로드맵’에서 공무원 17만4000명에 대한 연도별 충원 계획을 발표했다. 5년간(2017년~2022년) 연도별로 공무원을 늘린다는 것이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국가직에서는 ▲경찰 2만3000명 ▲군 부사관 2만6400명 ▲교원 2만명 ▲생활안전분야 3만1100명으로 10만500명이다. 지방직에서는 ▲소방 2만명 ▲사회복지 1만9000명 ▲생활안전 3만4500명으로 7만3500명이다. 전체를 더하면 17만4000명이다.(표 참조)
<자료=일자리위원회> |
어떻게 보면, ‘책상머리 공무원’이 아닌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회의 소금’을 증원하겠다는 것이다. 무턱대고 반대하기도 머쓱하다. 증원을 한다 해도 과로사가 사라질 지는 확신하지 못하지만, 조금이나마 근무 여건을 개선해주는 것이 국가의 의무가 아닌지 싶다.
#그렇다고 무작정 정부의 부채증가를 넋놓고 바라보기는 힘들다. 공무원 증가는 나랏빚이 늘어나는 원인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못한다. 한 쪽을 늘리면 다른 쪽을 줄여야 한다.
사람 늘리는 데 인색하지 말고, ‘줄줄 새는 돈’을 잡는 것도 방법이다. 2011년 화제가 됐던 국방부의 ‘1만원짜리 USB저장장치 95만원’ 구입은 '헛돈 예산'의 대표사례가 됐다.
굳이 멀리갈 것도 없다. 지금도 예산 시즌이면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예산을 타내기 위한 민원성 쪽지가 줄을 잇는다. 지금도 기획재정부에서 ‘쏴 준’ 예산이 해당처에 ‘접수’되면 어떻게 정확히 사용됐는지 면밀히 파악하기 힘들다.
문서로만 그럴듯하게 포장된 예산과 다시 한번 들여다 보면 별 필요없는 국민세금이 장부상으로 숫자만 맞춰 허투루 쓰이는 사례는 심심치 않게 들린다. 무작정 반대와 나랏빚 많다는 분노보다는 쓸 곳과 쓰지 않을 곳을 명확히 분별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뉴스핌 Newspim] 오승주 기자 (fair7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