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 금융 중기 대출 확대…리스크 관리 강화
[뉴스핌=최유리 기자] 은행권이 잇따라 기업신용평가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있다.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맞춰 중소기업 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지난 20일부터 '기업신용평가 프로세스 개선'을 맡길 컨설팅 업체를 모집하고 있다.
기업신용평가와 여신시스템을 연계해 전반적인 기업신용평가 체계의 효율성을 높이는 게 주요 내용이다. 추정 재무제표 등을 활용해 재무등급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기능도 새로 개발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아울러 기업 관련 정보를 빅데이터화해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행내 정보뿐 아니라 외부 신용평가사나 전문 기술평가 업체, 경영 컨설팅 업체 등 외부 기업정보 서비스를 활용할 방침이다. 신용평가와 여신심사, 리스크 관리에서 기업 정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우리은행도 기업신용평가모형을 개선하고, 이에 맞춰 목표기준 부도율을 재설정할 방침이다. 은행권 신용평가모형 컨설팅이나 시스템 개발 경험이 있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내달 3일까지 제안서를 받아 오는 6월부터 작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도 기업여신 승인 시스템 개선작업에 돌입했다.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해 전산으로 대출 가능 여부와 한도 등을 자동으로 산출하는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개인대출과 소규모 자영업자에 해당 시스템을 적용했으나, 이를 중소기업 대출에도 확대할 예정이다.
은행권의 이런 행보는 기업대출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부실 대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당국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따라 공격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확대해서 리스크 관리 필요성도 커진 것.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5.3%를 기록했다. 이 기간 대기업 대출은 2.6% 감소한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7.4%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이 전체 기업대출 증가를 이끈 셈이다.
한 시중은행 기업그룹 부행장은 "대기업은 내부 유보금을 많이 쌓으면서 은행 대출이 줄어든 반면 중소기업은 은행 대출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며 "때문에 중기 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확대는 이어질 전망이다. 가계 대출을 잡기 위한 예대율 규제 시행을 앞두고 있어서다. 올 하반기부터 예대율 산정시 가계대출의 가중치는 15% 상향되고 기업대출에 대해서는 가중치가 15% 하향된다. 은행 입장에선 예수금 부담을 낮추려면 가계 대출을 출이고 기업 대출을 확대해야 한다.
이미 은행권은 중소기업 대출 금리를 인하하고 있다. 담보·보증대출보다 위험부담이 있는 신용대출이나, 그 중에서도 7등급 이상의 저신용 중소기업에 대한 금리 인하폭을 키우고 있다. 그 만큼 중소기업 대출을 적극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에 쏠린 자금을 중소기업으로 돌린다는 방향성 아래 은행들도 이에 대응하고 있다"며 "한계기업이라도 성장 가능성이나 기술력 등 여러 요소를 평가해 대출을 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여러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최유리 기자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