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1위 재단적립금 투표서 압도적 반대 표시
"책걸상 낡았는데..적립금만 쌓아"
등록금 인하 요구 등으로 이어질듯
[뉴스핌=박진범 기자] ‘반대 91.8%’. 홍익대학교 학생들이 7000억원 넘게 쌓여만 가는 재단적립금에 투표로 분노를 표출했다.
22일 홍익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홍익대에서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된 ‘재단적립금 찬반 총투표’ 결과는 찬성 359표(5.8%), 반대 5718표(91.8%), 무효 149표(2.4%)로 집계됐다.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서 진행된 '재단적립금 찬반 총투표 집계 결과 <사진=홍익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스북> |
이번 투표는 3일 동안 오프라인으로만 진행됐다. 투표소는 홍익대 홍문관을 비롯해 학교 캠퍼스 내 총 5곳에 차려졌다. 투표를 총괄한 총학생회는 최근 꽃샘 추위에 비까지 내려, 궂은 날씨에도 야외 투표소에 나와 투표를 독려했다. 또 온라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지속적인 홍보 활동을 벌여왔다.
투표 참여율은 높았다. 졸업유예생을 포함한 홍익대 전체 재적생 1만3470명 중 총 6226명(46.2%)이 참여했다. 개표는 학생 10여 명이 투입돼 2시간 넘게 수작업으로 진행했다.
홍익대 신민준 총학생회장은 “그동안 총학생회에서 규탄 목소리를 많이 냈었는데 학교 측이 무시하거나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일관했다”며 “최근 사회 분위기도 바뀌고 하니 학생들 스스로가 결정하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에 총투표를 기획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결과는 압도적인 반대. 해가 지날수록 쌓여만 가는 재단적립금에 대해 학생들의 반발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내심 찬성 30%, 반대 70% 혹은 찬성 40%, 반대 60%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면 찬반이 엇갈리는 것 아닌가”라며 “하지만 예상 밖의 투표 결과에 크게 놀랐다. 학생들도 적립금에 이렇게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한 학생은 “홍대는 교육 환경이 열악하다. 당장 책걸상만 해도 낡아빠졌다”며 “상황이 이런데 학교가 투자는 안하고 적립금만 쌓아놓는다”고 성토했다.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서 진행된 '재단적립금 찬반 총투표' 개표 작업 영상 캡처 <사진=홍익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스북> |
홍익대 재단의 적립금은 전체 사립대학 중 1위를 기록해 비난 세례를 받아왔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홍익대의 지난 2016년 말 기준 적립금은 무려 7429억원이다.
어마어마한 액수 탓에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재단적립금으로 영국의 유명 록밴드 콜드플레이가 총 371회, 걸그룹 트와이스가 총3만954회 공연할 수 있다”, “리오넬 메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포함한 전세계 축구스타 베스트 일레븐을 구성할 수 있다” 등의 비판, 풍자 글이 확산할 정도였다.
총학생회 측은 이번 투표 결과를 학교와 재단 측에 전달하고 등록금심의위원회 점검회의 참석과 다음달 5일 길거리 행진 집회 등 설득과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내 주요 사립대학의 적립금은 홍익대 다음으로 이화여대가 6736억원, 연세대 5307억원, 고려대 3568억원, 동덕여대 2294억원, 성균관대 2071억원, 숙명여대 2118억원, 한양대 1176억원 순이다.
<그래픽=홍익대학교 학생회> |
[뉴스핌 Newspim] 박진범 기자 (beo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