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측 “정책효과 없어...소비자결정권·평등권 등 침해”
지자체 측 “입법자는 효율성만 고려할 수 없어...재량 인정해야”
[뉴스핌=김규희 기자] 한 달에 두 번까지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규제할 수 있도록 한 법률규정을 두고 법리공방이 이어졌다. 대형마트 측은 영업의 자유 및 소비자의 자기결정권 침해 등을 이유로 위헌을 주장했고, 지방자치단체 측은 유통질서 확립에 적합한 수단이라 맞섰다.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장을 보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헌법재판소는 8일 서울 종로구 재동 소재 대심판정에서 대형마트 등의 영업시간을 제한하는 법 조항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됐다.
심판 대상 조항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한 유통산업발전법 12조의2 1항과 2항, 3항이다.
지난 2013년 인천 중구와 부천시, 청주시는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 대해 유통산업발전법 및 관련 조례에 따라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하고 영업제한시간을 오전 0시부터 오전 8시 내지 10시까지로 정하는 처분을 했다.
이에 이마트 등 대형마트는 위 처분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해당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제기했으나 기각됐고, 2016년 2월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제기했다.
이마트 등 대형마트 측은 이날 “헌법상 재산권과 자유시장경제질서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제한을 통한 경쟁제한 방법은 자유경제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것으로 적합한 수단이 아니라는 것이다.
먼저 청구인 측은 정부의 정책 의도와 달리 대형마트에서 전통시장 등으로의 ‘수익 이동’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대형마트가 들어섬으로써 시장을 활성화해 중소유통업자의 수익이 증대된다고 했다.
대형마트 측은 구체적인 연구자료를 통해 이를 입증하려 했다. 2017년 4월 29일 유통학회에서 발표된 자료를 제시하며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출점 이후 전통시장 매출이 연 평균 8.34%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가 가장 많은 공휴일을 휴일로 지정해 규제로 인한 손실이 연 6600억 이상에 달하지만 전통시장으로 돌아가는 이익 증가규모는 연간 35억원 수준에 그친다”며 심판 대상 조항이 막대한 사회적 손실을 유발하고 유통구조 왜곡, 소비자후생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심판 조항은 이미 영업을 개시한 상태에서 법률에 의해 사후적으로 제한하고 있어 수단의 적합성과 침해의 최소성을 위반하고 있으며, 대형마트에 납품하는 중소상인도 있는데 일부 유통업체에만 영업을 제한하는 방식은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했다.
참고인으로 출석한 정진욱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도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하고 있는 정책을 “여러 가지 대안 중 거의 최악이다”고 말하며 힘을 보탰다. 그는 “영업제한으로 연간 2조9천억원의 공급이 감소하지만 전통시장의 연매출은 최대 700억원 발생한다”며 “정부지원, 정통시장 쿠폰지급 등 방법으로 그 만큼만 전통시장을 지원하면 소비자·생산자 피해가 없어진다”고 했다.
이진성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지자체 측은 청구인 측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연구방법과 소비자에 대한 설문조사 방법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효과가 나타날 수 있으나 긍정적 효과를 증명하는 자료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TNS 조사결과, ‘나들가게’ POS 데이터분석결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조사결과 등을 제시했다.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해당심판 조항이 입법목적 달성 수단으로써 지나치게 과도하거나 덜 제약적 대안이 명백히 존재한다고 볼 수 없어 사익침해가 과다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규제목적과 범위가 재량사항이므로 각 지자체 상황에서 규제 여부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점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도 했다.
또 “헌재는 다양한 입법적 고려 사항에 대해 완화된 위헌심사기준을 적용해왔다”며 “입법자 입장에서는 경제적 효율성만으로 정책을 결정할 수 없다”며 “헌재가 입법자의 재량에 너무 깊이 관여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지자체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노화봉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전략경영실장은 “대형마트 수는 유통시장에서 0.1%에 불과하나 매출액은 16.4%를 차지하고 있다”며 대형소매업체가 지배하는 구조 속에서 소상공인들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규제 시행 불과 5년만에 경제적 효과 유무를 단정하는 주장은 과하다”며 “우리나라 전체 사업체수의 86.4%를 차지하는 소상공인이 대기업과 동등한 경제주체로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공정한 기업생태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규희 기자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