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재건축, 10여년 우여곡절 끝에 막바지 절차
리스크 줄고 자사고 폐지 움직임도 영향
[뉴스핌=이동훈 기자] 정부가 서울 강남권 집값을 잡기 위해 강도 높은 대책을 쏟아냈지만 시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연일 폭등세다. 재건축 기대심리가 최고조에 달해 정부가 규제하기 어려운 수준에 치달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또 '대체 불가'로 꼽히는 학군은 강남에 끊임 없는 수요를 불러들이는 요소다.
서민들로선 불가능한 분양가를 꺼내들어도 높은 청약률을 보이는 강남 아파트의 현 주소를 감안할 때 강남 집값을 인위적으로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6일 부동산업계와 시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강남지역은 수요는 줄지 않고 있는데 반해 공급이 부족한만큼 정부의 대책이 큰 효과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970년대 조성된 강남지역은 개발을 거듭한 결과 교통과 교육, 편의시설과 같은 생활 인프라(사회간접자본)면에서 대체 불가 지역으로 변모했다. 간단히 말해 가장 살고 싶은 지역 1순위로 자리 잡을 셈이다. 이에 반해 개발할 빈 땅이 없다. 낡은 아파트를 헐고 일반분양으로 공급하는 재건축 새 아파트는 연평균 3000가구를 넘지 않는다. 공급량은 수요보다 언제나 부족하다.
게다가 주요 재건축 단지가 우여곡절 끝에 새 아파트로 속속 변신하는 것도 투자 심리에 온기가 퍼진 이유다. 사실상 사업의 막바지 절차를 밟고 있는 단지도 적지 않다. 투자자 입장에선 과거보다 투자 리스크(위험)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자금 운용에 계산이 서다 보니 자산가뿐 아니라 서울에 집 한 채 소유한 중산층들도 강남 입성을 호시탐탐 노리는 상황이다.
이 같은 열기는 현 정부가 출범후 8개월 동안 6차례 부동산 관련 규제대책을 쏟아냈지만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물론 보유세 강화 정책에 소위 ‘똑똑한 한 채’로 갈아타자는 수요와 자사고 폐지 움직임에 학군 수요가 늘어난 것도 집값 상승을 견인했다.
전국 최고가 아파트를 예악한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1·2·4주구) 모습.<사진=뉴시스> |
◆'강남불패'의 원동력은 재건축, 개발 기대감 여전히 높아
강남 재건축 시장이 과거와 크게 달라졌다. 최고층 규제와 주택경기 침체로 10여년 끌어오던 재건축 추진이 속속 결실을 봤다. 초고층 변신과 함께 집값이 분양가 대비 2배 넘게 오른 아파트도 탄생했다.
경기 회복과 함께 규제 완화도 시장에 불을 지폈다. 지난 2014년 ‘9·1 부동산 대책’ 후속조치로 ▲재건축 연한 30년으로 단축 ▲안전진단기준 합리화 ▲재건축 규모제한 중 전체면적 기준 폐지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건설비율 5% 완화를 주요 내용으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이 개정됐다.
재건축 연한이 완화되자 강남권 재건축 시장이 활기를 띠었다. 집값이 점차 오르자 재건축 사업성이 높아졌고 지지부진하던 사업도 탄력을 받았다. 게다가 올해 부활한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고자 사업 속도를 낸 것도 정상 궤도에 진입한 단지가 늘어난 이유다.
강남 재건축 단지 중 개포동 일대 저층 주공아파트와 반포동 한강변 아파트가 중심축으로 꼽힌다. 쾌적한 주거환경과 학군 수요를 품고 부촌으로 성장한 개포주공은 최근 1~2년새 재건축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개포주공2단지는 ‘래미안블레스티지’, 개포주공3단지는 ‘디에이치 아너힐즈’, 개포시영은 ‘래미안강남포레스트’로 변신한다. 입주는 2019년~2020년 이뤄진다. 개포8단지는 오는 3월 분양예정이고 4월 주민 이주를 시작하는 개포주공1단지는 상반기 일반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개포주공 일대는 재건축이 끝나면 1만2000가구의 미니 신도시급 단지로 거듭난다.
이들 단지는 대부분 10여년전부터 사업을 시작해 이제야 종착점을 앞두고 있다. 개포주공1단지만 해도 지난 2003년 주민 동의율 57.1%를 얻어 조합설립 추진위원회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첫발을 떼고 행정절차 변경과 변경을 거듭해 15년 만에 사업 막바지 단계에 접어든 것이다.
반포동 한강변 재건축 단지도 상황이 비슷하다. 최고가 아파트로 거듭난 대림아크로리버파크(신반포1차)는 2013년 착공해 2017년에 준공했다. 바로 옆에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사업으로 꼽히는 반포주공1단지(1.2.4주구)가 일반분양을 위한 마지막 절차를 밟고 있다. 도로변을 하나를 두고 떨어진 반포주공1단지 3주구도 이달 재건축 시공사를 선정한다. 또 다른 한강변 단지인 ‘’신반포아크로리버뷰‘는 공사 중이며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통합 재건축도 사업 절차가 9부 능선을 넘은 상태다.
이처럼 주요 재건축 단지가 사업 막바지 단계에 들어서자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정부 규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던 투자자들이 최근엔 크게 개의치 않는다. 재건축 사업의 중간 단계로 꼽히는 조합설립과 사업시행인가 과정에선 조합원 간 이해관계를 두고 충돌이 심하다. 하지만 관리처분인가 단계에 들어서면 사업이 장기간 미뤄지는 경우는 드물다. 그만큼 투자 리스크가 줄어든다. 투자자 입장에선 자금 운용에 계산이 서 주택 매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이런 영향으로 자산가뿐 아니라 상대적으로 자금 동원력이 충분치 않은 중산층들도 재건축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개포동 성원공인 김진주 사장은 “강남 재건축을 사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은 누구나 하는데 사업이 2~3년이 걸릴지 5~6년이 걸릴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선 자산가를 제외하곤 투자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하지만 최근 착공 및 일반분양에 들어가는 강남 재건축 단지가 늘어났고 노른자위 재건축이 사업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자 투자 환경이 크게 개선돼 서울에 집을 한 채 보유한 중산층도 강남 입성을 노리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 '대체 불가' 학군수요의 힘..자사고 폐지 움직임도 불지펴
강남에 수요를 끌어모으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학군이다.
강남에 형성된 학군 프리미엄은 1970년대 정부가 주도한 강남 개발정책과 맞물린다. 1976년 경기고를 시작으로 휘문고·서울고와 같은 명문 고등학교가 속속 강남으로 자리를 옮겼다. 학군 배정을 거주지 중심으로 바꾸면서 이를 쫓아 이사하는 부모가 늘었다. 정부 차원에서 강남 이외 지역에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세워 교육 인프라를 분산하기 위해 나름 노력했지만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다.
게다가 정부가 자립형사립고(이하 자사고)와 외국어고(이하 외고)와 같은 특수목적고가 폐지할 것을 검토하자 강남으로 집중하는 현상이 더 퍼졌다. 정부는 올해부터 자사고·외고의 우선 선발권을 없앴다. 자사고가 폐지되면 일반고로 바뀐다. 일반고는 전체 정원의 20%를 서울 전역에서 받고, 나머지는 근거리·주거기간을 따져 신입생을 받는다. 서울 지역 자사고는 서울 전역에서 학생을 받는 것과 차이가 있다. 상대적으로 학군이 좋은 강남에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강남에서 고등학교를 학생의 서울대 진학률이 가장 높은 게 현실이다. 종로학원하늘교육에 따르면 2017학년도 서울대 합격자를 분석한 결과, 서울 강남구·서초구에 위치한 ▲휘문고(강남구·34명) ▲세화고(서초구·27명) ▲단대부고(강남구·25명) ▲서울고(서초구·21명) ▲현대고(강남구·19명) ▲숙명여고(강남구·17명) ▲중산고(강남구·16명) ▲중동고(강남구·14명) ▲세화여고(서초구·14명)에서 많은 합격자가 나왔다. 서울 자치구별 서울대 합격자 수는 강남구가 141명으로 가장 많고, 서초구가 72명으로 2위를 차지했다. 강남 8학군을 졸업하고 해외로 유학을 가는 경우도 많아 실제 명문 대학 진학률은 이보다 더 높게 나타난다.
양지영 R&C 연구소 소장은 “강남 집값은 개발 기대감과 소위 ‘똘똘한 한 채’ 낫다는 기류에 편승해 연일 상승장을 이끌고 있다”며 “자사고, 외고가 폐지되면 학군 프리미엄을 생각하는 강남 이외 지역의 거주자들이 강남으로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동훈 기자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