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노령연금 수급자 지난해 말 53만명
60세 넘어야 연금 지급…50대 은퇴로 '소득 공백'
전문가 "복지제도 강화해 소득 없는 기간 지원"
[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중소기업에 다녔던 이 모씨는 베이비붐 세대다. 그것도 '58년 개띠'다. 60세인 이씨는 올해 일선에서 물러난다.
은퇴를 앞둔 이 씨는 고민이 많다. 자식들 대학 등록금 내랴, 홀로 남은 노모 봉양하랴. 가족을 돌보느라 정작 본인 노후 준비가 안 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나마 중소기업에 다니며 매달 꼬박꼬박 냈던 국민연금(노령연금)이 위안이다. 곧 있으면 노령연금이 나온다. 한 달에 약 52만원. 하지만 아직도 2년이나 남았다. 1958년 태어난 이씨는 62세가 되는 2020년부터 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이 씨는 결국 노령연금을 조금 일찍 받기로 했다.
이 씨처럼 국민연금을 미리 당겨 받는 조기노령연금 수급자가 매년 늘고 있다. 은퇴 후 노령연금을 받기까지 소득이 없는 약 1~5년을 버티기 위해서다.
18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17년 9월 기준 조기노령연급 수급자는 약 52만9880명으로 10년 전인 2008년(14만9125명)보다 약 3.6배 늘었다. 이 기간 노령연금 수급자는 약 195만명에서 362만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노령연금 수급 대상자보다 조기노령연금 수급자가 더 빨리 증가했다는 얘기다.
정부는 국민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국민연금제도를 도입했다. 노령연금은 국민연금 기초가 되는 급여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10년 넘으면 60~65세부터 노령연금을 지급한다.
조기노령연금은 60세가 되기 전인 55세부터 소득이 없는 사람이 노령연금을 받아갈 수 있도록 한 제도다. 60세 전 퇴직해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을 위한 방안이다.
단 노령연금을 미리 받으면 수급액이 깎인다는 문제가 있다. 1년 앞당길 때마다 6%씩 삭감된다. 예컨대 60세부터 노령연금 월 100만원 받기로 한 사람이 55세에 연금을 받으면 첫해 70만원만 받는다. 이 때문에 조기노령연금은 '손해연금'으로도 불린다.
수급액이 깎이는데도 조기노령연금 수급자가 늘어나는 배경엔 명예퇴직을 포함한 이른 은퇴가 있다. 조기 은퇴 후 국민연금을 받기 전까지 고정수입이 사라지는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6년 작성한 '2017년도 노인실태조사를 위한 사전연구' 보고서를 보면 국민 6명 중 1명은 본인이 59세 전에 은퇴한다고 답했다. 또 국민 13명 중 1명은 55세를 넘기지 못하고 현업에서 물러날 수 있다고 봤다. 1969년 이후 태어난 사람의 노령연금 지급 시기가 65세부터라는 점을 고려하면 고정수입이 없는 기간이 10년 넘을 수 있다는 얘기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도 조기노령연금 수급자가 늘어나는 요인이다. 약 80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는 2015년부터 차례대로 현업에서 물러나고 있다.
고려대 사회학과 김원섭 교수는 "국내 은퇴 패턴을 보면 50대 초반 생애 첫 직장에서 나온 후 불안정한 직장을 떠돌다가 59세 완전히 은퇴한다"며 "50대에 생활이 불안하니까 국민연금을 빨리 받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원섭 교수는 이어 "조기노령연금 수급자 증가는 좋은 신호가 절대 아니다"라며며 "퇴직금을 한 번에 지급하지 않고 나눠서 주는 방안뿐 아니라 소득이 없는 구간을 넘길 수 있는 복지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