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은퇴한 '실버 세대' 고민
고정수입 없는 은퇴자, 현금 창출 능력 떨어져
탄탄하지 않은 국내 연금제도…정부 운신 폭 좁혀
[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 개편 방안 검토를 공식화한 가운데 고정 수입이 없는 은퇴한 고령자가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평생 모은 전재산이 집 두어채'로 요약되는 현금 창출 능력이 떨어지는 은퇴한 고령자에 보유세를 지금보다 추가 부과할 경우 반발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세금 납부 시기를 미뤄줄 경우 형평성 논란도 정부 입장에서는 '뜨거운 감자'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보유세 개편 방안을 검토하는 정부는 고정 수입이 없는 자산가, 이 중에서도 은퇴한 고령자의 조세저항을 줄이는 방안이 '골치아픈 숙제'로 대두됐다. 공평과세 차원에서 다주택자 보유세를 올렸다가 자칫 은퇴해서 소득이 없는 고령자가 내야 할 세금도 올렸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할 판이다.
보유세는 기본적으로 고정된 자산(stock)에 세금을 부과하는 일이다. 반면 세금은 현금(cash flow)으로 낸다. 자산이 많아도 현금이 부족할 수 있는 경우가 생긴다. 집이 몇 채 있는 퇴직자가 대표적이다.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묵동 아이파크 아파트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통계청이 2017년 11월 내놓은 '2016년 주택소유통계'를 보면 주택을 보유한 60대와 70대는 각각 238만3000명, 137만6000명이다. 80세 이상 주택 보유자는 41만6000명에 달한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월세가 발달한 외국과 달리 국내 주택 임대 시장은 여전히 전세가 있는 상황"이라며 "고정 월 수입이 적은 은퇴한 고령자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런 은퇴 고령자가 보유세 부담을 느낀다는 점도 정부가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세제 당국 입장에서 보면 국내 연금제도가 탄탄하지 않은 점도 고민거리다. 한 달에 수십만원 정도 받는 고령자를 대상으로 세금을 더 올리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17년 9월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 월 평균 급여액은 36만5620원에 불과하다. 국민연금 가입 20년이 넘어도(노령연금 20년 이상) 월 평균 급여는 89만2200원이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은퇴 고령자 대상으로) 보유세 납부 시기를 연장해 줄 경우 형평성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청와대에 꾸려지는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보유세 조정 방안을 마련한다.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는 민간 전문가도 참여할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