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국제인문포럼에 참여한 작가들이 모여 평화선언문을 만들며 교류의 시간을 보낼 예정. 사진작가 윤정미가 평창을 방문해 촬영한 사진들에 참여 작가들의 평화에 대한 소감이 얹어진 총 156개 조각으로 구성되며 이번 포럼의 유산으로 남겨진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
[뉴스핌=이현경 기자]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평화·문화 올림픽’으로 거듭난다. 20여 개국에서 200여명의 문인들이 먼저 모여 2018국제인문포럼을 통해 분단과 평화에 대한 의미와 가치를 모색한다.
2018국제인문포럼은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문화올림픽' 프로그램 중 일환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얼어붙은 한반도 문제에 중심에 놓인 중국과 북한 작가는 참여하지 않는다. 대신, 아제르바이잔, 팔레스타인과 같이 전쟁으로 문화 혹은 체제가 분리된 국가의 작가들을 통해 우리가 마주한 분단과 빈곤, 문화의 다양성 문제를 평화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는다.
방민호 세계작가대회 위원장은 15일 열린 2018국제인문포럼 ‘세계의 젊은 작가들 평창에서 평화를 생각하다-자연, 생명, 평화의 세계를 위하여’ 기자간담회에서 북한 작가가 초청되지 않은 이유를 전했다. 그는 “이 대회를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남북관계가 경색되어있었다. 실질적인 초청 작업을 하는 게 어렵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 2018국제인문포럼이 기획된 것은 지난 8월이었다.
대신 탈북 작가를 개막식에 초청했다. 방민호 위워장은 “국내에서 활동하는 탈북 작가를 공식 초청 작가로는 모시지 않고 개막식에 초청작가로 몇 분 모셨다. 북한 작가, 탈북 작가가 모두 함께하지 못하는 건 아쉬운 일”이라면서도 “자칫 잘못하면 너무 민감한 문제로 들어가서 이 포럼의 전체적 취지와는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조심한 부분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중국 작가도 2018국제인문포럼에 참여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세계작가대회 안리경 사무국장은 “섭외했지만, 작가의 개인 사정이 있어 초청으로는 이어지진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작가는 국내 출판사 문학동네에서도 출간한 한 적 있다. 추후에 노벨문학상을 받을 후보로 거론될 만큼 기대 작가다”라고 덧붙였다.
대한민국과 직접적인 분단 국가 관계인 북한과, 사드 배치 문제로 우리나라 사이에 긴장감이 흐르는 중국이 2018국제인문포럼에 참여하진 못했으나, 그 빈자리를 해외 작가들이 톡톡히 채운다. 다양한 문화권의 작가들이 전하는 ‘평화의 길’로 나아가기 위한 메시지가 큰 울림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2018국제인문포럼 주최측은 “모든 지역을 안배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나이지리아, 멕시코 스페인, 오스트리아 출신 작가 등 대륙별로 넓게 뻗어나가기 위해 먼 나라의 작가까지 초청했다”라고 말했다.
2018국제인문포럼은 섹션1~섹션6까지 진행된다. 국내외 작가 등 문인 200여명과 시민, 학생 등 총 10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우리가 당면한 과제인 분단과 평화 이야기를 들고 대중과 소통할 작가들은 다음과 같다.
섹션6 ‘지역과 세계’에서는 소설가 알렉산드르 강이 발제자로 나선다. 그를 초청한 이유에 대해 동덕여자대학교 오은경 교수는 “카자흐스탄 출신 고려인 작가다. 러시아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에 소개된 건 몇 년 안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버지가 북한 사람, 어머니가 러시아계 고려인이다. 아버지가 북한에 남게 돼서 평생 못 보고 살았다.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 고려인으로 산다는 것의 아픔과 현실이 그의 작품에 스며있다. 작품의 완성도가 좋은 작가다”라고 설명했다.
섹션1 ‘분쟁 혹은 분단’에서 모습을 보일 칼레드 흐룹도 눈여겨 볼 작가다. 그는 팔레스타인 베들레헴 출생이다. 팔레스타인은 한반도의 전쟁 위기 상황 못지않게 긴장감이 흐르는 곳이다. 이에 그가 살아온 환경을 바탕으로 한 분쟁과 분단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아제르바이잔 출신의 바기프 술탄르 작가도 주목할 만하다. 오은경 교수는 바기프 술탄르에 대해 “외국에서 작품 소개를 많이 하는 활동적인 연구자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시아’라는 문예지에 단편이 번역된 적 있다”라고 말했다.
동덕여자대학교 오은경 교수 <사진=이현경 기자> |
바기프 술탄르를 초청한 이유에 대서는 “올해로 아제르바이잔과 우리나라가 수교한 지 25주년이 됐다. 하지만, 오랜 세월에 비해 알려진 바가 없다”라며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은 한국의 분단 역사를 공감하는 나라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제르바이잔의 역사적 사실, 아픔에 대해 아는 게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러시아와 이란의 협정에 의해 아제르바이잔은 인구 800만~900만 정도로 집계된다. 4천만 정도가 이란 땅에 있다. 그렇기에 남북 분단의 현실을 절절하게 공감하는 나라다. 이런 문제에 대해 세계 작가 포럼에서 그런 문제를 드러내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세계 작가대회 방민호 위원장은 이번 국제인문포럼에 대해 평화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이번 올림픽의 주제는 ‘평화올림픽’이다. 최근 남북관계도 변화의 조짐이 보여 평화를 이슈로 그 안에 6개 주제(분쟁 혹은 분단, 여성 혹은 젠더, 빈곤, 언어와 문화다양성, 자연과 생태, 지역과 세계)를 잡아서 논의하는 게 의미가 있을 것으로 예상 된다”라고 기대했다.
최근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혔다. 곧이어 예술단 파견과 관련한 이야기가 오가면서 한반도에 ‘평화 올림픽’의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이는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30여 일을 앞두고 나왔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한 분단 문제의 실타래가 어느정도 풀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뉴스핌 Newspim] 이현경 기자(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