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차명계좌·인터넷전문은행·노동이사제 등 현안 담겨
[뉴스핌=이지현 기자]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가 키코(KIKO)사태의 재조사를 권고했다. 동시에 앞으로 키코 사태와 유사한 사건이 일어날 경우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해당 금융상품 판매를 긴급히 중지시키는 '판매중지명령권' 제도를 도입하라고 제안했다.
또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명계좌 논란에 대해 혁신위는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혁신위는 2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융행정혁신 보고서를 발표했다.
우선 과거 키코계약으로 피해가 컸던 중소기업이 분쟁조정을 통한 피해 구제를 요청하면 재조사 할 것을 혁신위가 권고했다.
윤석헌 혁신위원장은 "키코의 사기성에 대해서는 어제까지도 혁신위 내부에서 가장 뜨거운 공방이었다"면서 "대법원 판결이 난 사안이지만, 은행들이 상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지 않은 것도, 이를 감독해야 할 감독당국에도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감독당국의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윤석헌 교수가 20일 정부서울청사 통합브리핑실에서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최종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
혁신위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해서는 과징금 및 소득세 부과가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금융위가 지난 2008년 삼성 특검으로 드러난 이 회장의 1197개 차명계좌에 대한 재점검과 과세당국의 중과세 조치에 협력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금융실명제 시행 이전에 가명이 아닌 다른 사람의 실명으로 개설돼 추후 실소유자가 밝혀진 차명계좌에 대한 과징금 부과는 해석 상 논란이 있다고 판단했다.
고동원 혁신위원은 "차명계좌의 실명전환 여부와 과징금 부과 여부는 혁신위와 금융위의 입장이 달랐다"면서 "하지만 이는 입법 자체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해석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이며, 입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혁신위는 인터넷전문은행 인허가 과정에서 불거진 특혜 논란에 대해서는 금융위에 합리적인 절차 재정비를 주문했다. 인허가 매뉴얼을 작성해 그 과정을 신청 회사가 예상·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유권해석 등 재량권 행사 범위에 대해 사전에 공지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하라는 것.
인터넷전문은행에는 은산분리 완화를 기대하지 말고 자체적인 발전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K뱅크 인가 과정 자체가 도마에 오른 상황에서 그 논란을 덮고 은산분리 완화를 주장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특혜 시비에도 불구하고 금융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국민들이 지지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은산분리에 대해서는 혁신위 차원에서 찬성 반대를 얘기할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은산분리가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는 은산분리 완화에 대한 적극적인 찬성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한편 혁신위는 최근 금융권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문제와 관련해서는 '관치'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혁신위는 최근 일부 금융지주사의 회장 선임 과정이 불공정·불투명하다고 지적하며 회장선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융관련 경력 5년 이상 등의 회장후보 자격요건을 만들고, 근로자추천이사제를 통해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것.
지배구조와 관련해 최근 불거진 관치 논란에 대해 윤 위원장은 "개인적으로 관치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관치가 무엇인지부터 물어야 한다"면서 "금융시장의 안정과 산업 육성을 위해 모니터링하는 당국이 할일을 제대로 하는데 관치라고 나무랄 수는 없지 않냐"고 말했다.
혁신위의 이 같은 권고안에 대해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위원장은 오는 21일 혁신위 권고안에 대한 입장 및 향후 추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