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만 " 박 전 대통령 '국정원서 오는 봉투 받아두라' 고 했다"
[뉴스핌=오채윤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특활비) 수수 의혹을 받는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51)과 안봉근 전 부속비서관(51)의 첫 재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특활비를 전달한 것에 대해 시인했다. 박 전 대통령이 지시한 점도 시인했다.
'국정원 뇌물수수’로 구속된 이재만(왼쪽) 전 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부속비서관 [뉴시스]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은 19일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손실) 및 뇌물수수 등 혐의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 예정이었으나 이·안 전 비서관 모두 재판에 모습을 드러내 공판기일로 변경·진행됐다.
재판에서 이 전 비서관은 "2013년 5월 처음 돈을 전달 받을 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원에서 봉투가 오니 받으라'고 말씀하셨다"며 "처음에는 그 봉투에 든 것이 돈인지 몰랐다"고 진술했다.
그는 "딱딱한 박스가 있었기 때문에 봉투 안에 돈이 들어 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며 "박 전 대통령에게 처음 전달 받았을 땐 봉투를 열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번째로 국정원에서 봉투가 왔을 때 대통령에게 보고를 올렸다. 그때 대통령이 특수활동비처럼 관리하라고 말씀하셨다"며 "그때 전달받고 돌아와 봉투를 열어보고 나서 돈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피고인들은 매달 5000만원에서 1억, 1억에서 2억에 이르는 자금을 국정원으로부터 받아 당초 목적과 무관하게 국고 손실을 입혔다"고 주장했다.
이에 안 전 비서관 측은 "국고손실죄가 적용된다 하더라도 피고인은 국정원에서 청와대로 돈이 흘러가도록 하는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한 바 없다"며 "공동가공의사나 실행행위의 분담이 있었다고 볼 수 없고 대통령과 공동정범으로 다룰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전 비서관 측은 "박 전 대통령 지시로 국정원이 청와대에 지원하는 자금을 받아 대통령에게 전달했을 뿐"이라며 "자금이 어떤 경위로 지원되는지 몰랐고, 지원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안 전 비서관 변호인도 "국정원에서 청와대에 돈을 보낸 것 등 객관적 사실 자체는 맞지만 안 전 비서관은 돈을 보내는 출처를 알지 못했고, 그 돈이 국정원장이 대통령에게 주는 뇌물인지 몰랐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과 함께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국정원 특활비 총 33억원을 청와대에 상납하게 한 혐의를 받고있다.
안 전 비서관은 이중 27억원 전달 과정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와 함께 이 전 실장으로부터 135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전 비서관 등의 2차 공판은 다음달 9일 열릴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오채윤 기자 (cha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