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예산·조직 관리 이헌수 전 기조실장
국정원장서 靑 비서실장 된 이병기 전 원장
특활비 상납 과정 파악 가능 주요인물 주목
[뉴스핌=황유미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십억원이 청와대로 흘러간 의혹과 관련해 이병기 전 국정원장과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은 국정원에서 청와대로 돈이 건네진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두 기관의 은밀한 커넥션을 구체적으로 풀 '키맨'(key man)으로 여겨진다.
이헌수 전 국정원 기조실장(왼쪽)과 이병기 전 국정원장 [뉴시스] |
이헌수 전 기조실장은 청와대가 매년 10억원씩, 4년간 40억원 이상의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받았다고 진술한 인물이다.
대기업을 압박해 친정부 성향의 보수단체를 지원해준 이른바 '화이트리스트' 의혹 수사를 위해 지난달 24일 검찰에 출석해 이같이 말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검찰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쪽으로 수사 방향이 좁혔고, 수사에 가속페달을 밟았다.
이 전 실장은 1981년 공채로 국정원에 들어가 국정원에서 기획예산관과 국정원장 비서실장 등을 거쳤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인 2013년 4월에는 국정원의 예산과 인사를 책임지는 기조실장에 임명됐다. 국정원의 핵심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원장과 2·3차장 등 국정원 주요 인사들은 교체됐지만 이 전 실장은 그 자리를 지켰다. 2014년 10월에는 사표 번복 소동도 있었으나 결국 국정원 2인자 자리를 이어갔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이 전 실장이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등 '문고리' 권력과 친했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검찰은 이헌수 전 기조실장의 진술을 토대로 국정원 돈의 흐름을 쫓고 있다.
이병기 전 국정원장도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 의혹과 관련, 또 다른 키맨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전 원장은 2014년 7월부터 2015년 2월까지 국정원장으로 일했다. 이후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국정원 돈이 오가는 과정에서 돈을 주는 쪽과 받는 쪽, 양측에서 일한 유일한 인물이다. 어느 누구보다 특수활동비 상납과정과 그 쓰임새를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왼쪽부터 박근혜 정부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린 정호성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제2부속비서관 [뉴시스] |
이 전 원장을 제외하면 청와대에서 이 전 비서관 등이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받은 사실을 알았던 사람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검찰의 향후 수사에 이 전 원장이 중요역 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와대 수석비서관 전원이 매달 500만원씩 받은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병기 전 원장이 대통령 비서실장이 된 직후 각 수석실이 예산의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확인하고 친정인 국정원을 상대로 특수활동비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재준 원장 재임 때는 청와대 측에 매달 5000만원을 상납하다가, 이병기 원장이 재임하면서 상납금이 1억원으로 올랐다는 점 역시 이 전 원장을 통해 국정원 특수활동비 쓰임새를 확인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인다.
그러나 이번 수사의 핵심은 청와대가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받아 어디에 썼는지인 만큼, 결국 핵심 키맨은 안봉근·이재만·정호성 전 비서관 '문고리 3인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만 전 비서관은 검찰조사에서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진술한 바 있다.
검찰은 정호성 전 비서관에 이어 3일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 전 비서관과 안 전 비서관 등의 신병까지 확보하면서 상납금의 구체적인 쓰임새에 대해 수사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뉴스핌 Newspim] 황유미 기자 (hum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