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보관에다 국정농단사건 불거지자
‘상납중단’ 요구” 검찰이 뇌물로 보는 이유
문고리 3인방 “기관이 협조한 통치 자금”
[뉴스핌=김기락 기자]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상납받은 혐의로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과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3일 구속되면서, 이 돈이 박 전 대통령의 통치자금일지 뇌물일지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정원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은 돈의 용처를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검찰은 당시 국정원과 청와대 고위 관계자를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에 따르면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 측은 검찰 조사에서 박 전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정원으로부터 상납받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인 2013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매달 1억원씩 총 40억원을 돈을 받은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또 지난해 초 청와대가 4·13 총선 등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 진행한 여론 조사 비용도 국정원에 요구, 5억원을 내도록 했다. 이로써 청와대에 들어간 금액은 총 5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돈을 누가, 어떻게 썼느냐에 모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점, 이들이 매월 청와대 주변에서 5만원권으로 채워진 1억원을 서류가방으로 은밀하게 받았다는 점 등을 미뤄 뇌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들은 지난해 7월 미르·K스포츠 재단 등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지자, 국정원에 상납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돈의 목적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이들의 ‘폭로’에 대해 “제 살길 찾기 위해 걸고 넘어진 것. 개가 주인을 문 꼴”이라며 격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본인이 아니라,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 등이 받은 뇌물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때문에 검찰의 박 전 대통령 조사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변호인단 총사임 뒤, 재판에 나오지 않고 있다. 검찰이 직접 구치소를 방문,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정원의 청와대 상납 사건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는 결이 다르다. 수십억원의 돈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이 분명해서다.
법조계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의 돈을 만약 사적으로 썼으면 ‘비자금’ 사건으로 커지게 되는데, 현금으로 지급된 탓에 돈의 흐름 파악이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국정원과 청와대 고위직이 뇌물수수를 주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전 비서관 측은 “통치자금”이라며 공적으로 쓰일 돈을 마련하기 위해 기관들이 협조했을 뿐이란 논리를 펼치고 있다.
'국정원 뇌물수수’로 구속된 이재만(왼쪽) 전 총무비서관, 안봉근 전 부속비서관 [뉴시스] |
[뉴스핌 Newspim] 김기락 기자 (people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