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수 코트라 서남아시아 지역 본부장
[뉴스핌=유수진 기자] 지난 1991년 중국 진출을 시작할 때 분위기와 지금 인도 진출 분위기가 매우 비슷하다. 그걸 보면서 '역사는 반복되는 건가' 이런 생각도 해본다. 인도포럼을 한다고 해서 한편으론 기쁘기도 했고 한편으론 놀랍기도 했다. '드디어 우리가 인도에까지 관심을 갖는구나' '새로운 미지의 세계에 나가는 추동력을 확보하는구나' 해서 매우 기쁜 마음도 있었고, '이게 잘돼야 할 텐데' 하는 생각도 했다.
인도는 브릭스(BRICS) 중 가장 성장률이 높다. 7% 정도다. 내년에도 7% 정도 성장이 예상된다. 소비, 내수 시장 다 좋다. 단지 아직까지 낙후된 분야가 인재 투자나 R&D쪽이 약해서 이쪽으로 보완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무역 투자 동향을 간단히 살펴보겠다. 인도는 아직 무역 적자국이다. 우리나라는 수출 수입이 1조 달러 정도인데 여긴 한 8000억 달러 정도다. 매년 적자가 조금씩 있다. 인도 전체 수입에서 우리나라가 6위를 차지한다. 128억 달러 정도다.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품목을 보면 기계류, 전자제품이 많다. 흥미로운 게 인도에 수출하는 우리나라 총 기업수가 한 3000개 정도다. 그 중 대기업이 145개, 중견기업이 408개, 중소기업들이 2445개다.
중국, 일본, 한국이 서로 경합하고 있는데 흥미로운 건 중국이 계속 늘어나고 있고 한국도 조금씩 느는데 일본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특이한 현상이다. 우리한테는 인사이트가 있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인도에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늘고 있는데 앞으로도 미국이나 한국, 일본, 중국 등이 계속 인도에 투자를 집중할 것이다.
박한수 코트라 서남아시아지역 본부장이 29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대강당에서 열린 '제1회 뉴스핌 인도포럼'에서 "13억 인구의 지갑을 연다" 유망 비즈니스와 판매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김학선 기자 yooksa@ |
인도시장 특성을 보면, 혹시 '인도는 없다'는 말 들어봤나. 인도를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인도에는 29개 주가 있고 공식 언어만 23개다. 언어, 문화, 종교가 다 다양해서 한마디로 '인도가 뭐다'라고 정의하기 어렵다는 의미에서 '인도는 없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게 29개 주 중 한 주가 노르웨이 경제 규모 정도 된다고 돼 있다. 그만큼 인도의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인도가 매년 7% 경제성장 하면 1년에 스위스 같은 나라가 탄생한다고 보면 된다. 대단한 잠재력이 있는 나라다.
다양하다 보니 융통성이 있을 수밖에 없다. 흑백논리보단 다양한 의견을 수용할 수 있고 문화, 인종이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으면 생존이 어려운 사회라서 굉장히 다양성이 높다. 그래서 민주주의가 발달한 나라이기도 하다.
앞에 대사님이 말했지만 인도에서는 가성비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현대차가 최근에 들어갔는데 기능은 비슷하지만 가격이 저렴한 게 중요하다. 어떻게 인도에 들어갈까 고민하다 아토스라는 옛날 모델을 도입, 큰 성공을 해서 10만대 이상 팔았다. 초기 진출에 성공한 것이다. 그게 어떻게 보면 '오토릭샤'랑 비슷하다. 모양이 비슷하니 친근감도 있고 기능도 좋다. 기능과 가격을 다 만족시켜서 성공한 대표적인 상품이다.
인도에는 정부 리스크가 있는데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인도가 개방해가다 보면 정책을 바꿀 수도 있고 하기 때문에 정부 리스크가 있다. 법적인 것, 정부의 어떤 정책에 관한 리스크를 우리 기업들은 대관부서에서 최대한 담당한다. 대관하는 부서에서 협상한다. 이런 리스크는 '누구를 접촉해서 하면 된다'라는 기본적인 마인드를 갖고 조금씩 줄여나가야 한다. '관계 중심'이란 말과 일맥상통한다.
대사님이 스마트시티 등에 대해 얘기했는데 중소, 중견 기업 위주로 조사해봤다. 시장 규모, 개방성, 성장속도, 상호보완성을 고려해야 하는데 화학제품은 인도가 화학 강대국이 될 것 같다. 우리가 예전에 중화학에 투자해서 세계에 수출하면서 시장 점유율 늘려나간 것 같이 인도도 화학 쪽에 많이 투자하고 있어서 화학 분야에 굉장히 기회가 있다. 특히 합성고무, 플라스틱 쪽에 기회가 있다. 기초 및 조립 금속, 특히 금, 은, 나사가 전망이 있다. 기계류도 전망 좋다. 특수 산업용 기술 건설 장비 역시 시장성이 좋다. 전기 전자공학, 기기 쪽은 설명 안해도 알 정도다. 최근에 인도에서 건설 붐이 일어나서 건설용 장비도 시장성이 높다.
앞에서 잠깐 설명한 것처럼 자세히 보면, 우리가 약 3000개의 기업이 인도에 수출하고 있는데 금액별로 보면 전체가 128억 달러를 수출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많이 수출하는데 금액 면에선 많지 않다.
중소·중견기업 제품 중에선 치과 의료 기업의 수출이 많다. 대사님이 병원 업그레이드 많이한다 했는데 치과 의료쪽이 많다. 또 PVC 호수 파이프와 LED다. 요새 LED 수요 많은 이유가 정부가 전기 절감 위해 기존 형광등을 LED로 교체하는 수요가 많다. 그 다음은 철광과 태양광이다. 인도 전체 전력에서 신재생 에너지가 5% 안되는데 앞으로 20%까지 늘리겠다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 태양광, 풍력 수요가 많다.
그 다음이 화재경보기와 포장기기다. 또한 물이 안 좋으니 정수기 수요가 많고, 필터 같은 것도 많다. 공기 안 좋다고 하니까 공기청정기나 에어컨도 좋다. 이 밖에도 환자 진단용 기기와 농업용 펌프, 2차 이온 전지, 블랙박스, 섬유 기계도 많은 편이다. 섬유 기계는 고용 창출 높은 섬유분야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프라이팬도 많이 팔렸는데 인도 유명 요리프로그램에 노출 시켜서 많이 판 사례가 있다. 진단시약, 농약, 빨래 건조대, 거푸집도 마찬가지다. 인도는 아직 건설을 대나무로 하는데 알루미늄으로 바꾸는 수요가 많아 신형거푸집 수출을 많이 했다.
시사점은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된다. 즉, 가성비가 높아야 된다. 미리 와서 출장 다니고 연구해 어떤 제품이 잘 팔리는지 사전 준비 잘 해야 하고, 변호사나 전문가, 경험 있는 기업인들에게 자문을 받아야 한다. 열린 마음도 필수다. 안 된다고 했을 때 협상을 해서 서로 양보해서 중간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인도 진출 전략은 단기, 장기가 있는데 단기적으론 세분화를 통한 마케팅이 중요하고, 장기적으론 글로벌 가치사슬을 지렛대로 활용하고 비즈니스 플렛폼으로 사용해야 한다. 세분화 전략은 인구가 많은 도시 중심으로 가야 하지만 그 안에서 다양한 도시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어떤 도시에 어떻게 나갈 것인가. 각 도시별로 우린 1급 도시에 우선 나가겠다, 그 다음 2급, 3급 도시 등 이 순서로 차별화 전략을 펴야 한다. 뉴델리에 가보면 지역마다 다르다. 구르가온도 다운타운이 있고 외곽이 있다. 지역별 세분화 전략을 펴야한다. 수출할 때 에이전트를 두더라도 독점 에이전트만 두기 보단 지역, 권역별 에이전트를 둬서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수요도 창출해야 된다. 실패사례도 있다. 프랑스 제조업체가 가격 따지지 않고 프랑스처럼 하다가 실패한 경우다. 안경제조사인 Essilor사는 인도 내 6000개 빌리지를 중점 타겟팅하기 위해 이동차량을 안과클리닉으로 개조해 시범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그러나 차량 한 대당 5만달러가 넘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실패했다. 일본 스미모토사의 모기장도 실패사례다. 모기장 설치하는 게 얼마나 귀찮나. 그보단 모기약 사용이 더 편해서 실패했다.
성공 케이스를 보자. 인도 가전제조사 Godrej는 시골에 전기가 없으니까 간단하게 이동식 배터리 장착해서 냉장고를 만들었다. 전기가 없어 냉장고를 못 쓰는 시골에 배터리로 가동되는 냉장고를 엄청 팔았다. 대부분의 인도 아이들이 철분 부족을 겪는다는 점을 활용, 철분으로 스낵을 만들어 성공한 사례도 있다. 그 시장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도 유니레버사의 도브 비누 많이 쓰는데 유니레버는 판매 인력을 양성해서 성공했다. 판매 전략으로 고용을 늘린거다. 프랑스 시멘트 제조사인 Lafarge는 물만 부으면 시멘트를 모래와 함께 섞을 수 있도록 하는 제품을 개발해 성공했다. 인도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것이다.
글로벌 가치사슬에 타라는 건 처음엔 수출하고, 다음에 합작투자를 하다가 나중엔 지분을 투자하는 글로벌 가치사슬에 타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생산을 할 것인가, 처음엔 합작해서 기술만 이용하다가 나중엔 시장진출을 할 것인가, 큰 틀에서 어떻게 나갈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서플라이 체인 같은 경우 현지 생산해서 현지에서 파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모바일폰을 현지에서 만들어서 판다. 삼성은 TV, 냉장고, 에어컨 거의 다 현지에서 만들어 판다. 한국에서 갖고 간 건 대형 용량 빼고 없다. 기아차도 올해 착공해서 2018년, 2019년에는 시제품 만들어서 팔 예정인데 이런 것은 현지에서 투자해서 내수 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이다.
대표적으로 현대차가 인도정부의 칭찬 받는 건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와 맥을 같이 한다. 현대차가 인도에서 1000만대를 만들어 인도시장에 600만대 팔고 400만대를 수출했다. 고용을 창출 하고 인도 부가가치를 향상시켜줘 인도정부가 한국을 칭찬할 때 자주 인용하는 사례다. 인도정부가 한국 기업에 바라는 모델 같은 케이스기도 하다. CMS는 직접 투자해서 못 만들 경우에 로열티 주고 어떻게 제조하는지 가르쳐서 생산해서 판매하는 개념이다.
비즈니스 플랫폼은 '관계 중심'의 사례다. 인도는 관계 중심 사회라서 관계를 어떻게 잘 맺느냐가 중요하다. 사실 인도에서는 몇 사람 알면 다 금방 금방 알 수 있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관계 중심 사회기 때문이다. 귀찮고 힘들 거 같지만 이렇게 하는 게 인도 사람들한테는 와 닿는 전략이다.
대표적으로 '빅바자'라는 기업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이마트 같은 마트다. 처음엔 미국식으로 크고 깨끗하게 매장을 꾸며놓고 상품을 팔았다. 통로도 넓었다. 그러다가 장사가 안돼서 복도를 좁게 줄이고 시끄럽게 만들었다. 손님들이 부딪치며 물건을 사게끔 했다. 매장을 바꾸니 매출이 훨씬 늘어났다. 관계 중심 사회기 때문이다.
관계 형성이 이렇게 중요하기 때문에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인도는 '빨리빨리'보다는 '천천히'다. 서로 신뢰를 쌓아가는 관계 중심의 사회다. 이러한 현상을 잘 알고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 한·인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등을 잘 활용하는 것도 좋다.
해외 거주 인도인과 관계를 잘 맺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 IT업계 34%가 인도인이고, 인도인 중 노벨상 수상자가 12명이다. 대단한 나라다. 사우디나 중국에 약 600만명이 나가 있고, 미국이나 영국에 200~300만명이 있다. 인도 사람은 비즈니스를 하면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연결된다. 중동에서 관계를 맺어도 미국과 연결될 수 있고, 아프리카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해외 거주 인도인과 좋은 관계를 맺어 네트워크에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도에 처음 나와 아무도 모를 때 코트라를 찾아오면 기꺼이 도와줄 것이다. 비즈니스 하는 분들은 참여하며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또 다른 비즈니스를 찾아보는 기회로 활용했으면 좋겠다.
[뉴스핌 Newspim] 유수진 기자 (uss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