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지은 기자] 매번 새로운 변신을 꾀한다. 제주로 내려간 후부터 루시드폴(42)에게 작은, 어찌 보면 큰 변화가 찾아왔다. 귤 농사를 지으며 여유를 찾았고, 음악에 대한 고민과 집중도 더욱 커졌다.
루시드폴이 2년 만에 정규 8집 음반이자 에세이 ‘모든 삶은, 작고 크다’를 발표했다. 2년 동안 보고 느낀 모든 것들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뮤지션 루시드폴과 인간 조윤석의 모습이 모두 담긴, 한 편의 일기 같은 앨범이 탄생했다.
“책 안에 앨범이 들어가 있어요. 많은 분들이 ‘이건 책이야, 앨범이야?’라고 물어보세요. 그냥 루시드폴의 8집 앨범이라고 불러주셨으면 좋겠어요. 음악을 해오면서 음반 형식에 대한 고민이 정말 컸어요. 그래서 지난번에는 제가 직접 농사지은 귤과 함께 판매를 하기도 했고요(웃음). 이번 정규 8집은 앨범에 있는 북클립이 확장된 것이라고 생각해주시길 바라요. 에세이에는 음악과 전혀 관계없는 농사 얘기도 들어가 있고요, 2년간 찍은 사진도 담겼어요. 이 모든 것들이 ‘루시드폴의 8집 앨범’이라고 느끼셨으면 좋겠네요.”
루시드폴의 앨범은 매번 파격적인 변신을 꾀한다. 지드래곤보다 앞서 USB 형태로 앨범을 발매하기도 했고, 그의 말대로 지난번에는 홈쇼핑에서 직접 농사지은 귤과 앨범을 함께 판매하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음악이라는 것 자체가 형태가 없잖아요. 형태가 없는 음악을 담는 방식을 만들어내고 고안하다보니 이런 결과물이 나온 것 같아요. 다양한 방법으로 음악을 내는 거죠. 아직 어떤 것이 좋다고는 얘기 못 하겠어요. 그저 진화하고 있다고 느껴요. 앞으로도 제가 할 수 있는 창작물의 범위 내에서 앨범을 새롭게 내보려고 해요. 하지만 귤 말고 생각나는 게 없네요. 하하.”
이번 8집을 위해 지난 2년을 쏟았다. 직접 설계한 오두막의 녹음실을 만들었고, 짧은 영상을 찍은 필름을 이어 붙여 뮤직비디오를 완성시켰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그의 손을 거쳐서 탄생했다.
“2년 동안 참 많이 힘들었어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가벼운 우울증이 왔던 것 같네요. 2년을 제 스스로를 달래기 위해 썼어요. 그래서 글을 썼고, 농사도 지었죠. 그러다보니 여유를 찾았어요. 제 밭이 생기고 작업공간도 만드니까 안정감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식구, 농사,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었어요. 음악에 대한, 소리에 대한 고민을 더욱 깊게 할 수 있었고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왔고요.”
여유를 가지고 음악에 몰두했다. 직접 악기를 구하기 위해 발 벗고 뛰어 다니는 열정을 보였다. 하지만 앨범 작업에서 여전히 그의 속을 썩인 곡은 존재했다.
“앨범 작업을 하다보면 의외로 쉽게 작업되는 곡이 있고, 유난히 애를 먹이는 곡이 있어요. ‘폭풍의 언덕’이 참 우여곡절이 많아요. 그 곡만 다른 프로듀서의 힘을 빌렸어요. 최종 마스터링 작업까지 정말 힘들게 했어요. 그래서 지긋지긋한 곡이 돼버렸네요(웃음). 모든 곡이 애착은 가는데, 가장 마음이 찡한 곡은 ‘그 가을 숲속’이에요. 개인적인 서사가 담겨있어요.”
앨범을 준비하기까지 최소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곡을 미리 만들어 놓지 않기 때문이라고. 당시에 느낀 것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자신을 기다려준 사람들을 위해 아낌없이 나눈다.
“제주에 살면서 제가 굉장히 많은 것을 받으면서 살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런데 저는 막상 준 게 없더라고요. 제가 노래를 쓰면, 이것을 만들어 줄 회사가 있고, 음반이 나왔다고 기사를 내 줄 기자가 있잖아요. 그리고 제 노래를 들어 줄 사람도 있고요. 그렇다면 앨범에 더 많은 것을 담는 게 보답하는 길이더라고요. 그래서 하나 둘씩 담아냈어요. 제가 느끼기엔, 이번 8집은 많은 것이 담긴 음반같아요.”
루시드폴은 스위스에서 박사 학위를 딴 과학자이기도 하다. 뮤지션으로서 갖기 힘든 프로필을 가지고 있다. 대단한 이력을 가진 그가, 욕심이 없는 부분은 바로 음원성적이다.
“음반이 많이 팔리고, 음원 성적이 좋으면 너무 기분이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게 된 적이 없어서 어떤 기분인지 모르겠네요. 하하. 한 가지 신기한 것은 제가 지금까지 말 한대로 이뤄졌다는 거예요. 그래서 1위도 했으면 좋겠어요. 그럼 진짜 1위를 할까요? 자신이 없네요.(웃음).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노래들이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제 음악을 듣고 제가 어떻게 지냈는지, 소소한 감정들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뉴스핌 Newspim] 이지은 기자 (alice09@newspim.com)·사진=안테나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