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월 300억유로로 축소·기간 9개월 연장 예상
2019년 1Q 지준금리 인상 후 2Q 기준금리 인상 관측
QE 종료 이후 '세부계획' 공개에 관심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이번 주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에서 점진적 양적완화(자산매입) 축소(Tapering, 테이퍼링)가 본격 막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시장은 ECB의 세부 발표 내용과 이로 인한 파급 효과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22일 자 블룸버그통신은 오는 26일 ECB가 내년 1월부터 월간 자산매입 규모를 지금의 절반 수준인 300억유로로 줄이고 자산매입 프로그램 기간은 9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내다봤다. 더불어 필요 시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란 안전장치도 포함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테이퍼링'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공개해야 금리 인상 시점을 가늠할 수 있기는 하지만, 현재 경제전문가들은 채권 금리가 자산매입 종료 후에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란 약속과 함께 2019년 1분기 중 첫 지준 예금 금리가 인상되고 2분기 중에는 기준금리도 인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통신은 소개했다.
다만 올해 중 QE 종료 이후 상황에 대한 세부 계획이 발표될 것인지를 두고서는 이코노미스트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CB 위원들 사이에서 난제는 QE 종료 시점을 밝힐 것인지 여부라고 통신은 전했다.
◆ 예상 파급효과는… "유로화 영향 주목"
유럽중앙은행(ECB)<사진=블룸버그통신> |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 지는 이번 ECB 회의에서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유로화에 큰 영향을 받는 유로존 주변국이나 아프리카 일부 국가들에 상당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ECB의 테이퍼링 기대감에 유로화는 이미 강세 흐름을 타고 있는데, 앞으로의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긴 하지만 여기서 유로화 가치가 더 오른다면 특히 동유럽 등 주변국 통화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동유럽 대부분 국가에서는 금리가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헝가리의 경우 마이너스까지 내려간 상태다.
강력한 경제 성장세가 나타나고 있는 유로존 국가들마저 금리 인상을 꺼리고 있는 상황으로, 스위스의 경우 2008년 초 이후 실질 경제성장률은 11%에 육박해 유로존의 4%보다 훨씬 앞서있는 수준임에도 기준금리는 마이너스 0.75%를 유지하고 있다.
라보뱅크 외환전략가 피오트르 매티스는 “주변국들에 가장 큰 (우려) 요인은 유로화 강세”라며 “(ECB 회의 후) 유로화가 어떻게 반응할지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라 유럽 신흥국 담당 이코노미스트 마르친 쿠조스키는 채권시장의 경우 루마니아가 ECB 테이퍼링에 가장 크게 노출된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루마니아 채권의 절반 정도가 유로화 표시이며 절반 가까이는 비거주인들이 투자한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통화로 채권을 발행할 경우 해당 통화 가치가 오를 때 투자자들의 상환액이 커져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신흥국 채권시장에서는 121개의 유로화 표시 채권이 팔렸는데, 이는 유로화가 도입된 1999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멕시코 석유 대기업 페멕스도 지난 2월 사상 최대 규모인 42억5000만유로의 유로화 표시 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아프리카에서는 중부 및 서부 아프리카 통화공동체에 속한 14개국이 유로화에 페그돼 유로화 강세의 직격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4년 3월부터 2015년 3월 사이 ECB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채권 매입을 시작했을 때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1.39달러 수준에서 1.05달러까지 내렸고 이는 아프리카 프랑 사용국들의 수출 경쟁력 개선으로 이어졌지만 유로화가 강세를 보일 경우는 그 반대 상황이 연출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ECB의 긴축 신호가 유로화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폴란드 '주오티'화를 비롯한 동유럽 통화에 대한 강세 베팅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