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도 인정한 한국형 원전…탈원전 정책, 수출 디딤돌 아닌 걸림돌
신재생보다 25% 저렴한 원전 발전원가…공론조사 기간 탈원전 홍보
[세종=뉴스핌 한태희 기자]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는 한국 원자력발전소 관련 기술이 정작 안방인 국내에서 푸대접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탈원전' 공약 맞추기에 급급한 정부가 국내 기술의 우수성을 애써 무시할 뿐 아니라 원전은 비싼 에너지라는 논리를 펴며 갈등을 부추겨서다. 더욱이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가 진행 중인 터라 정부가 중립성을 잃었다는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13일 국회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 12일 시작한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 에너지 정책 분야 국정감사를 이날 새벽까지 이어가며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집중 추궁했다. 국내 원전 기술력과 수출, 원전 발전 원가 공개가 쟁점이었다.
◆ 한국형 원전, EU 인증심사 통과…깎아내리는 정부
야당은 산자부가 원전 수출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도 한국형 원전을 인정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모순된 정책을 펴고 있어서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최근 유럽수출형 원전인 EU-APR 표준 설계가 유럽사업자요건 인증 본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집트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포함한 아프리카로도 한국형 원전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음을 의미한다. EU-APR은 한국형 원전 APR1400을 유럽 안전 기준에 맞춰 설계한 모델이다.
한국형 원전 첫 모델인 신고리 3·4호기 원전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
하지만 이런 성과에도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수출이 무산될 수 있다는 게 야당 의원들의 지적이다.
자유한국당 정유섭 의원은 "탈원전 정책은 국내 원전산업 기반을 무너뜨리고 세계 시장으로 수출하는 것도 불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한국 원전이 세계 최소 안전성을 인정받고 있는데 정부는 기술을 발전시키기는커녕 오히려 폄하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 원전 발전원가, 신재생 25% 수준…궁색해진 탈원전 논리
탈원전 찬반 논란 핵심인 원전 발전원가도 도마 위에 올랐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비용과 사후처리 비용을 반영한 원전 발전원가가 액화천연가스 발전이나 다른 신재생발전보다 비싸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이를 반박하는 자료가 나왔다.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원전 발전원가는 사회적 비용과 사후처리 비용을 전부 포함해도 1킬로와트(kwh)당 53.98원이다. 이는 신재생 원가(221.3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곽대훈 의원은 "원전 원가에 이미 사후처리비용과 사회적 비용이 해외와 비교해 봐도 결코 낮지 않은 수준으로 포함돼 있다"며 "그럼에도 산업부 장관 등 정부가 나서서 사실을 왜곡하고 원전 원가를 인위적으로 높여 탈원전 정책의 당위성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 사회갈등 부추긴 정부…공론조사 기간 중립성 잃어
문제는 정부가 갈등 중재자 역할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사회갈등을 부추겼다는 점이다. 국민한테 의견을 묻겠다며 공론조사를 하면서 탈원전 홍보에 열을 올린 것. 특히 백운규 산자부 장관은 공론조사 중임에도 청와대 탈원전 홍보 영상에 출연했다.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은 "공론화 논의 기간에 장관을 비롯해 산업부가 탈원전 정책을 홍보하는 것은 공론화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보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 탈원전 정책은 이번 주말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이날 오후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종합토론을 열고 최종조사를 한다. 공론화위원회는 오는 15일 최종조사를 마친 후 조사 결과를 정리한 권고안은 오는 20일쯤 정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한태희 기자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