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계획한 범행, 수십년간 이중생활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라스 베이거스에서 지난 주말 발생한 미국 사상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 스티븐 패덕이 범행 후 탈출과 생존을 시도했던 정황이 드러났다고 현지 경찰이 5일(현지시각) 밝혔다.
정확한 범행 동기를 아직 파악하지 못한 경찰은 어떤 형태로든 조력자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범행에 가담한 이들을 찾아내는 데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또 64세의 은퇴한 도박꾼 패덕이 수 십 년에 걸쳐 이중 생활을 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라스 베이거스 총기 난사 현장 <출처=블룸버그> |
이날 주요 외신에 따르면 조셉 롬바르도 라스 베이거스 경찰서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총기 난사 범인 패덕이 음악 페스티발에 참석한 대중을 향해 200발의 총격을 가한 뒤 현장에서 탈출해 생존하려는 시도를 했던 정황이 수사 결과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는 또 “패덕이 보유하고 있던 총기류의 규모와 그의 차량에서 발견된 폭발물 등을 감안할 때 완전히 단독 범행이라고 단정짓기 어렵다”며 “범행 과정에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을 것으로 보고 총기 난사에 가담한 이들을 밝혀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사건 직후 패덕이 단독 범인이라고 밝혔던 것과 상반되는 것이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대량의 총기를 호텔 방으로 옮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이와 별도로 미 연방수사국(FBI)도 범행 과정과 공범 여부에 대해 몇 가지 가설을 설정하고 있지만 이를 공식 발표할 단계는 아니라고 전했다.
패덕의 동거녀인 62세의 마리루 댄리는 FBI의 조사를 마친 뒤 발표한 성명에서 “패덕이 가족과 함께 지내도록 해외로 보냈을 때 이 같은 일을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롬바르도 서장은 “누구든 이 같은 상황에 처하면 댄리와 같이 대응할 것”이라고 말해 불신을 드러냈다.
필리핀 출신 카지노 호스테스인 댄리는 2015년 남편과 이혼했고, 패덕과 관계를 가진 것은 최근 1년이라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수사팀은 또 패덕이 수 십 년간에 걸쳐 철저한 이중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장기간에 걸쳐 총기류와 탄약을 구매, 수집했다는 얘기다. 이 같은 행위를 일반적인 상식으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다고 수사팀 측은 전했다.
롬바르도 서장은 “패덕은 이번 범행을 오래 전부터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며 “장기간에 걸쳐 매우 꼼꼼하게 준비한 범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패덕이 에어비앤비를 통해 범행 장소로 택한 호텔 룸을 예약했다고 밝혔지만 예약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패덕은 호텔 방에 들어선 직후 문 바깥으로 ‘방해하지 마세요’ 표지판을 걸어두고 복도 쪽의 정황을 살피기 위한 감시 시스템을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자신의 방에도 외부인의 출입을 감시하기 위한 시스템을 설치했다.
범행 준비를 마친 그는 총기난사 전 룸 서비스를 이용한 한편 카지노에서 도박도 즐겼다고 수사팀은 밝혔다.
첫 총격은 2일 밤 10시5분에 가해졌고, 32층에 위치한 호텔 방의 창문을 통한 총기 난사는 10여분간 이어졌다.
한편 지금까지 공식 발표된 총기 난사 사건의 사망자는 58명이며, 부상자 수가 489명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