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무너진 20년 꿈
22개 다른 계열사도 '도미도' 철수 '주목'
[뉴스핌=전지현 기자] 롯데그룹이 롯데마트의 중국 철수에 이어 롯데칠성과 롯데제과의 중국법인도 매각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15일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는 "롯데칠성과 롯데제과 중국법인의 매각 추진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중국 현지에서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사업장 매각설이 흘러나왔지만 서울 본사의 관계자가 이를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롯데그룹 두 계열사의 중국법인 매각 추진은 앞선 롯데마트 매각의 연장선이다. 마트뿐 아니라 롯데칠성과 롯데제과 중국사업 역시 사드 보복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도미노 엑시트'가 현실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롯데 고위 임원은 "규모가 큰 마트사업에 대한 매각 이슈를 먼저 터트리고 칠성과 제과를 뒤늦게 선보여 매각 진행을 쉽게 하려는 것"이라며 "롯데칠성과 롯데제과 중국법인은 규모가 작아 쉽게 팔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칠성음료 중국법인인 롯데오더리음료유한공사와 롯데제과의 중국법인인 롯데차이나인베스트먼트는 지난해 기준 각각 438억원, 40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롯데마트가 지난해 중국사업에서 거둔 매출이 1조158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작은 규모다.
제품의 주된 유통 채널인 롯데마트가 매각 수순을 밞으면서 이들 제조사도 매각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중국 사업에 대한 깊은 애착에도 불구하고, 투자보다 손실이 늘어가는 현실에 부득이한 '철수 카드'를 꺼내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신 회장은 지난 1994년 중국 진출 당시 시장 개척 사업에 합류했던 임원들에게 '손실이 크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대륙을 점령하자'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며 지난 20여년간 10조원 넘는 금액을 투자해 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중국사업은 모든 가능성을 열고 진행하고 있다"며 "현 경영진들이 (중국상황이) 감당하기 힘들만큼 견딜수 없는 시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한 듯 하다"고 했다.
롯데마트에 이은 롯데칠성과 롯데제과 중국 매각을 시작으로 나머지 계열사 철수도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현재 중국시장에서 ▲유통 ▲식품 ▲관광 및 서비스 ▲유화 및 제조 ▲금융 등 24개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다음 수순으로 손꼽히는 계열사는 롯데리아와 롯데시네마이다.
현재 롯데리아와 롯데시네마는 중국에 각각 10개(지난해 매출 60억)매장, 12개관(지난해 매출 비공개)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데다 현지에서 이들 계열사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상황을 좀 더 주시할 것이란 게 업계 관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소비자들은 롯데리아와 롯데시네마가 사업 확대를 크게 못해 롯데 계열사로 인식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이 탓에 중국 당국이 롯데마트에 행했던 제재 등과 같은 어려움에 직면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 계열사는 여론을 통해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유통 시장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글로벌 유통업체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13억 소비시장인 중국에 앞다퉈 진출했지만 고전을 면치 못했다"며 "중국 정부는 해외기업 지원을 아끼지 않다 성장이 어느 정도 이뤄지면 다양한 이유를 들며 자국기업으로 그 자리를 대체한다. 해외기업이 성공하기 힘든 이유"라고 했다.
[뉴스핌 Newspim] 전지현 기자 (cjh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