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사실상 가격통제인 보편요금제 도입
이통3사, "가격결정권 없다" 반발
[뉴스핌=정광연 기자] “지금 이동통신시장이 서민 경제를 무너뜨리고 있나요?”
현장에서 만난 이통사 임원이 정부의 보편요금제 도입 추진 움직임을 바라보며 던진 질문이다. 그는 이통3사의 4만대 요금제를 2만원대 보편요금제로 ‘단일화’ 시키는, 사실상 가격통제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부가 인위적인 가격통제에 나선 것 자체가 이통사들을 ‘적폐’로 바라보는 것 아니냐는 한숨에는 국민 통신 서비스 기업에서 일하며 그동안 쌓아온 자존심이 한순간에 무너졌다는 서러움이 묻어났다.
이통사의 이런 호소를 뒤로 하고 정부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오는 10월 2일까지 이동통신사들의 의견 수렴을 거친 후 최대한 빠르게 보편요금제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은 보편요금제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KT와 LG유플러스도 비슷한 요금제를 뒤따라 출시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검토중인 보편요금제의 가격은 월 2만원대다. 제공 음성통화량과 데이터량은 전년도 전체 평균 이용량의 50/100~70/100 구간에서 결정할 수 있다. 지난해 평균(음성 300분, 데이터 1.8㎇)과 “최대한 많은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정부 기조를 감안하면 음성 200분, 데이터 1.3㎇ 수준이 유력하다.
이통3사 로고. |
현재 이통사3사의 데이터 1~1.3㎇ 제공 요금제는 SK텔레콤 ‘밴드데이터 1.2㎇(3만9600원)’, KT ‘LTE 데이터선택 38.3(3만8390원)’, LG유플러스 ‘데이터 1.3(3만9490원)' 등이다. 보편요금제와 비교할 때 최소 2만8390원에서 최대 2만9600원까지 차이가 난다.
따라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2만원대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굳이 이통3사의 3만원대 요금제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 정부가 기업이 제공하는 4만원 이하 요금제를 모두 2만원대 보편요금제로 통합시키는 셈이다. 사실상 ‘가격통제’라는 의미다.
이통사들의 반발은 거세다. 통신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을 늘리고 있으며 무료 와이파이존 확대로 비용없이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저가요금제와 알뜰폰이라는 대안도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요금제 가격통제에 나서는 건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우리도 서민 고통 분담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중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통사의 의견을 듣기에 앞서 요금할인율 상향, 보편요금제 도입 등 일방적인 정책들을 ‘강행’하고 있다. 협의가 없었기에 여기저기서 잡음이 흘러나오는 건 당연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의 우려도 크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이미 수차례의 언론 인터뷰와 정책 토론회에서 “정부의 인위적인 시장 개입은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통신 시장의 두 축은 소비자와 기업이다. 업계에서는 정부 정책이 지나치게 소비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축은 기업이 무너지면 결국 소비자도 고통을 겪을 수 밖에 없다는 당연한 주장에 정부가 좀 더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뉴스핌 Newspim] 정광연 기자(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