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규희 기자] 10일 교육부가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치르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개편 시안은 최소 4과목에 절대평가를 도입할 예정인데, 국어·수학·탐구 영역까지 포함한 전영역 전환 여부가 오는 31일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교육부는 현행 수능 체제에서 오는 왜곡을 해결하기 위해 절대평가 도입을 추진해왔다. 박춘란 교육부 차관은 이번 발표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학생간 무한 경쟁 및 과도한 시험 부담을 완화하고 학생들의 핵심 역량 함양을 지원할 수 있도록 2021학년도 수능 개편을 추진했다”며 도입 경위를 설명했다.
하지만 ‘학생간 무한 경쟁 및 과도한 시험 부담 완화’ 목표에는 전혀 다가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대입에 대한 명확한 대안이 없어 오히려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과목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수능의 변별력 약화는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한선교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15학년도 수능시험의 경우 수학 B에서 원점수 90점 이상(절대평가 전환시 1등급) 받은 학생 비율은 21.9%다. 상위 4%에게만 1등급을 부여하는 상대평가 대비 5배 이상 많은 수치다.
입시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수능 변별력 저하는 곧 대학의 수시 비중 증가로 이어진다고 예상한다. 대학은 우수 학생을 변별하기 위해 각자의 방식대로 학생부, 논술, 교과과정, 봉사활동, 사회활동 등 비교과 과정을 중점적으로 다룰 가능성이 커진다.
때문에 이번 정책은 수능 중심 사교육에서 비교과 중심 사교육으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만 일으킬 뿐, 근원적인 대책이 되지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학원가에서는 절대평가 수능 도입으로 인한 긴장감과 제도 변화에 따른 불안감을 이용해 돈벌이에 나설 조짐이 벌써부터 인다. ‘혼돈’에 빠진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학원가의 ‘교육 컨설팅’이란 명분에 놀아날까봐 걱정이 앞선다.
물론, 기자만의 성급한 판단일 수 있다. 하지만 30여년 밖에 살지 않았는데도 우리나라 교육 정책은 수시로 변하는 것을 봐왔다. 변할 때마다 사교육 시장은 오히려 반가워하는 듯 했다. 이쯤되면 교육부와 사교육 시장을 '한통속'으로 봐야할지도 모른다.
최종 결정될 수능 제도가 ‘절대평가 수능’이라는 원포인트 정책에 머물러선 안 된다. 수능 변별력 하락에 대한 객관적이고, 명확한 대안 제시가 이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험생들은 고교 3년 내내 수능 90점 이상 획득이란 중압감 뿐만 아니라 내신, 봉사활동, 진학학과 관련 대외활동 등 비교과 영역까지 잘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학생들의 불안을 줄여줄 후속 정책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이번 수능 개편은 실패한 실험으로 치부될 것이다. 수험생은 결코 마루타가 아니다.
[뉴스핌 Newspim] 김규희 기자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