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존재감' IT·에너지·금융 3인방
기업들, 弱달러 효과 밝히기 꺼린다?
[뉴스핌=김성수 기자] 미국 기업 2분기 실적 발표가 거의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이번 실적 시즌에는 많은 기업들이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호실적을 보여주며 뉴욕 증시의 강한 상승을 이끌었다.
7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으로 5가지 사항을 꼽았다. 이는 ▲기업 이익 증가세는 기술주, 에너지주, 금융주가 주도 ▲미국 소비자들의 소비 활동이 다소 위축돼 있음 ▲달러 약세가 기업 수출에 긍정적이지만 기업들은 이를 반영하기를 꺼림 ▲법인세 개혁 전망이 이미 기업들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주고 있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예전만큼 인기있지 않다는 것이다.
<사진=블룸버그> |
◆ '미친 존재감' IT·에너지·금융 3인방
미국 기업 이익은 지난 분기에 이어 두자릿수 증가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업 이익이 2개분기 연속 두자릿수 증가하는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다만 순익 증가세는 정보기술(IT), 에너지, 금융서비스 3개 업종에 집중돼 있었다. 팩트셋에 따르면 이들 업종이 순익 증가에서 차지한 비중이 70%가 넘었다.
특히 나스닥지수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한 것은 글로벌 대형 IT 기업의 상승세 덕분이다. 금융섹터 역시 미국의 금리인상 효과로 지난 1분기 이후 지속적인 실적 개선세를 보였다.
IT 업종에서는 애플·페이스북이, 에너지 업종에서는 셰브론, EOG 에너지, 파이오니어 천연자원이 양호한 실적을 냈다. 금융 서비스주에서도 모간스탠리 등 일부 대형 은행들이 실적이 두드러지게 성장했다.
◆ 미국인들 소비 활동, 다소 위축
반면 실적 증가에서 소외된 업종도 있었다. 소비재 업종이 대표적이다. 미국 소비자들이 주유소와 백화점, 식당 등에서 쓰는 지출이 줄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탓으로 해석됐다.
미국 상무부는 6월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0.2% 줄었다고 밝혔다. 이를 반영하듯 소비재 관련주는 매출 증가가 부진했다. 이에 따라 클리넥스, 콜게이트 팔몰리브, 오레오 등 소비재들은 지난 분기에 매출 감소를 겪었다.
프록터앤갬블(P&G)은 지난 2분기 미국 내 매출이 보합을 나타내, 작년 같은 기간의 2% 증가보다 둔화됐다. 콜게이트 팔몰리브는 미국 내 매출이 4% 감소했고 존슨앤존슨도 전세계 소비재 매출이 0.8% 감소했다.
◆ 기업들, 弱달러 효과 밝히기 꺼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20일 취임한 후부터 달러 가치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달러 값은 유로대비 9% 하락했고, 엔화에 비해서는 4% 떨어졌다.
달러 약세는 미국 기업들의 해외 이익을 끌어올리는 요소다. 모간스탠리는 달러지수가 1% 하락할 경우 S&P500 기업들의 평균 주당순익(EPS) 증가율은 0.5%포인트(p)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모든 미국 기업들이 실적에서 환율이 미친 영향을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아니었다. 환차익 또는 환차손은 일시적 요소일 뿐 기업들의 영업 활동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듀퐁은 지난 상반기 주당 영업이익이 3.02달러로 0.37달러 증가했으며, 이 중 0.08달러는 환차익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3M은 환율 변동으로 지난 2분기 매출이 0.6% 감소했으며, 매출총이익률도 0.5%p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 법인세 개혁 될까…기업들 이미 반영 중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안인 트럼프케어가 계속 의회에서 좌초되자, 트럼프의 다른 주요 공약이었던 법인세 개혁이 새로이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해외 자회사가 벌어들이는 이익에 얼마의 세금이 부과될지가 주요 관심사다. 로크웰 오토메이션의 패트릭 고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법인세 인하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송금하는 이익에 부과되는 세금도 인하될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인들은 사업 관련 의사 결정을 하는 과정에서 법인세 인하가 통과될 경우를 이미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드자동차는 올해 법인세가 30%에서 15%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알렉스 고르스키 존슨앤존슨 최고경영자(CEO)는 "세법이 가까운 시일 안에 개정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 트럼프, 취임 후 인기 '고꾸라져'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인들 사이에 예전만큼 인기를 누리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가 취임했던 지난 1월만 해도 미국 주요 기업 간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실시할 경기부양책이 긍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그러나 기업들의 실적 보고서에서 트럼프를 언급하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트럼프의 인기도 시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 2월14일 기준 실적을 발표한 기업 371곳 가운데 약 절반(181곳)은 실적 보고서에 '트럼프'를 언급했다.
그러나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는 '트럼프' 이름을 언급한 기업 수가 44곳에 그쳤다. 그만큼 기업들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분석이다.
한편 CNN방송에 따르면, 지난 3~6일 미 전역 성인 1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CNN방송의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38%로 집계됐다. 대통령 지지율이 50%를 밑돈 것은 1993년 빌 클린턴(44%) 전 대통령 이후 처음이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