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페소, 러 루블, 남아공 랜드는 평가절하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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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미 달러화 약세의 끝은 어딜까. 올해 들어 7월까지 달러화는 2월을 제외하고 월간 기준으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뉴스핌이 집계하는 29개 주요 통화 중 2번째로 큰 폭의 약세를 기록했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달러지수)는 6월 말보다 2.89% 하락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달러화가 반등할 수 있겠지만, 중기적으로는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정치 및 정책적 불확실성을 제공하고 있고, 미국 경제 지표 역시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등 주요 중앙은행들의 정책 기조 변경도 달러화의 추가 추락을 부추길 수 있다.
◆ 트럼프·ECB…달러 추락에 무게
올해 미 달러화의 강세와 유로 약세를 점쳤던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일제히 전망을 수정했다. 이들은 유로/달러 환율이 올해 1.20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보유 자산 축소가 비교적 이른 시일 내에 시작되더라도 이것이 달러화를 강하게 하는 힘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 기조 변경이 유로화 강세를 띄우는 힘이 더 크다는 진단이다. 시장은 오는 9월 연준이 보유 자산 축소를 시작하고 ECB 역시 자산 매입 축소를 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치권의 불안은 올해 초 이후 계속해서 달러화를 짓누르고 있다. 크레디 스위스의 샤하브 잘리누스 수석 글로벌 외환 전략가는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통화의 장점은 상대적 가격이라는 점"이라면서 "다른 나라에 비해 해당 국가가 어떻게 여겨지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도이체방크의 알란 러스킨 글로벌 수석 외환 전략가는 "시장은 아마도 계속해서 트럼프 정부가 달러화 약세를 촉진할 것으로 여길 것"이라면서 "이것은 최소한 주식과 성장에는 이롭다"고 진단했다.
유로화는 7월 중 달러화 대비 3.65% 절상됐다. 그러나 유로화 강세 여력이 동나지 않았다는 게 시장 대다수 전문가의 평가다. 소시에테 제네랄에 따르면 빅맥지수로 따진 유로/달러의 적정 환율은 1.25달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구매력 기준 평가(PPP) 기준 적절 환율은 1.33달러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키트 주크스 전략가는 "엄청난 경상 흑자를 가진 유럽은 통화정책 정상화와 약한 통화를 동시에 가져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UBS 자산 운용의 마크 해펠레 글로벌 수석 투자 책임자는 "가장 흥미로운 것은 많은 최근 정책 결정과 위험 이벤트들이 외환시장을 통해 나타나는 방식"이라면서 유로/달러 환율이 향후 12개월 안에 1.20달러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 달러화 단기 반등 가능성? 펀더멘털 트리거 대기
헤지펀드들은 달러화 약세에 베팅하고 있다. 이들의 달러 순매도 포지션은 4년간 최대 규모로 늘어났다.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달러의 지속적인 약세를 볼 것"이라면서 "이것은 결국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나 신뢰 부족에 대한 투표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낙폭이 컸던 만큼 추가 약세는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달러화가 과매도 상태인 만큼 단기 반등도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오는 23~26일 잭슨홀 연설에서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보유자산 축소에 대한 추가 정보를 제공할 경우 달러화 반등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MUFG의 리 하드먼 외환 전략가는 "미 달러화가 펀더멘털적 지지가 부족하지만, 주요 10개국 통화 대비 단기적으로 반전 위험 역시 높다는 것을 감안해 신중을 기할 것"이라면서도 "조정적 반등을 위한 무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분명한 펀더멘털적 트리거가 아직 없다"고 분석했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은 "한 정당이 상하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행정부까지 잡고 있는데도 방해물과 무경험 혹은 무능함이 법안 처리를 좌절시키면서 정치적 초조함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FXTM의 후세인 사이드 수석 시장 전략가는 "미 달러화가 올해 남은 기간 계속해서 약할 것이라는 믿음에도 달러화는 매우 과매도 상태이며 현 수준에서 아주 작은 반등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7월 중 달러화 약세가 지속하면서 통화 대부분은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였지만 아르헨티나 페소와 러시아 루블은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였다. 아르헨티나 페소는 지난달 6.23%, 루블화는 1.44% 각각 절하됐다.
올해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이던 아르헨티나 페소화의 약세는 오는 10월 선거를 앞두고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면서 부각됐다. 결국 지난달 말에는 중앙은행이 개입해 페소화의 급락을 저지했다.
남아공 랜드화도 7월 한 달간 달러화 대비 0.90% 절하됐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남아공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8월 초 랜드화는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반면 브라질 헤알화와 헝가리 포린트는 6월 말 대비 각각 5.46%, 4.96% 상승했다. 스웨덴과 호주 달러의 가치도 달러화와 비교해 4.32%, 4.11% 올랐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