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로·엔화 달러 대비 11%, 5.6% 강세
"대형 자동차·기술·식음료, 유로 강세 직격탄"
[뉴스핌= 이홍규 기자] 미국 달러화 가치가 거듭 하락하면서 유럽과 일본 증시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반면 원자재 가격 상승 요인이 되면서 일부 신흥국 증시에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31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22일 달러가 미국 대선 이전 수준으로 떨어진 이후 현지 통화 기준으로 스톡스유럽600지수와 영국의 FTSE100지수는 각각 3.4%, 1.7% 하락했다. 반면 미국 S&P500지수는 같은 기간 3.3% 상승했다.
ICE 미국 달러화 지수 선물 추이 <자료=theice.com> |
분석가들은 유럽과 일본 지역 기업들의 순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달러 약세로 이들 기업들의 제품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올 들어 6개 주요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ICE달러화지수는 9% 이상 하락했다. 유로화에 대해선 10.9%, 영국의 파운드화와 일본의 엔화에 대해선 각각 6.4%, 5.6% 내렸다.
이미 시장 참가자들은 이 같은 우려를 증시에 반영했다. 유니언방케어프리비(UBP) 마틴 몰러 글로벌 증시 책임자는 "유럽 기업들의 실적에서 가장 큰 위험은 환율"이라면서 "만일 유로화가 계속 강해지면 미국 기업은 혜택을 받고 유럽 기업은 고통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과 일본 등 해외 증시에서 국외 매출 비중이 높은 기업 주식들은 환율 움직임에 취약하다. 만일 유럽과 일본 기업이 달러화 매출 비중이 높을 경우, 달러화 약세는 유로와 엔화로 실적을 내는 이들 기업들에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신문에 따르면 투자은행 분석가들은 유로화 가치가 10% 오를 때마다 유로존 기업들의 순이익은 약 4~5%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중순 이후부터 분석가들은 유럽 기업들의 올 2분기와 내년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모간스탠리의 분석가들은 미국 기업들이 올 2분기 견실한 실적을 발표했던 것과 달리 유럽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은 현재까지 '미온적'인 결과를 내놨다고 진단했다.
BNP파리바스의 안키트 지디아 전략가는 일부 기업들이 환 헤지를 하고 있다면서 이는 기업들이 헤지 효과를 보는 데 수개월이 걸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매출 의존도가 절반 이상인 유럽 대형 자동차, 기술, 식음료, 개인 및 가사용품 기업들에서 유로화 강세 악영향이 가장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기업 역시 엔화 강세에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시장정보제공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닛케이225평균주가지수와 달러/엔 환율의 상관계수는 0.9%를 넘었다.
앱솔루트스트래티지리서치의 자라 와드 머피 주식 전략가는 "일본 증시는 국내 요인이 아닌 환율이 대부분 주도하는 시장"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7월 닛케이평균주가지수는 4개월 만에 처음으로 월간으로 하락했다.
한편, 미국 다국적기업이 달러화 약세로 덕을 보면서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선진국 외에 일부 신흥국 증시도 쾌재를 부르고 있다.
메디오라눔 애셋매니지먼트의 과탐 바트라 수석투자전략가는 "러시아, 브라질, 남아공 등 원자재 가격 변화에 민감한 신흥시장이 달러화 강세로 신음하다가 최근에는 한숨돌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