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 압력과 씨름하는 정책자들 곤혹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달러화가 정치권 리스크 및 통화정책 불확실성을 빌미로 하강 기류를 보이자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당혹스럽다는 표정이다.
특히 일본은행(BOJ)과 유럽중앙은행(ECB)을 포함해 장기간에 걸쳐 디플레이션 압력과 씨름해 온 중앙은행의 정책자들이 달러화 약세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6개 바스켓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 인덱스가 28일(현지시각) 장중 0.3% 하락, 93.38까지 떨어졌다.
개별 통화의 등락을 볼 때 달러화의 약세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유로화는 연초 이후 달러화에 대해 11% 급등했고, 호주 달러화도 10% 이상 치솟았다.
일본 엔화도 올들어 달러화 대비 5% 이상 올랐고,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둘러싼 리스크로 인해 하락 압박에 시달리는 파운드화 역시 달러화에 대해 6% 가까이 뛰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연방기금 금리 선물이 반영하는 연준의 연내 세 번째 금리인상 가능성은 50%에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은 달러화의 매도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문제는 달러화 약세로 자국 통화가 가파르게 치솟은 지역에서 인플레이션 하락 압박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지 통화 가치가 달러화에 대해 오를 경우 수입 물가를 떨어뜨리는 효과를 내고, 이는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상승에 제동을 건다.
BOJ와 ECB는 고용을 포함한 경제 펀더멘털의 개선에도 물가 상승 폭이 정책 목표치에 크게 미달하면서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종료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달러화 하락이 반갑지 않은 이유다.
지난 6월 일본의 소비자물가는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음식품을 제외한 핵심 물가도 0.4% 오르는 데 그쳤다. 상황은 유로존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유로존의 생산자물가는 전월에 비해 0.4%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핌코의 조아킬 펠스 글로벌 경제 자문관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엔화와 유로화의 상승 기류는 해당 중앙은헹에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중앙은행 수장들도 달러화 약세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경계감을 드러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주 통화정책 회의를 마친 뒤 "환율 움직임이 주의를 집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로존의 경기 회복이 강력하다고 평가했지만 저조한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경기 부양책을 일정 기간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호주 중앙은행 역시 달러화에 대한 자국 통화의 상승이 이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호주 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단행하기를 원하지만 물가에 발목을 잡힌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