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시장적 정책 vs 기름값 안정화에 기여
[뉴스핌=정탁윤 기자] 국제 유가가 100달러를 넘던 지난 2012년 생긴 알뜰주유소에 대한 논란이 최근 커지고 있다. 실제 '알뜰하냐'는 것과는 별개로 정부의 시장 개입으로 일반 주유소들의 경영난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알뜰주유소는 2011년 이명박 대통령의 그 유명한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 직후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만들어졌다.
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와 농협중앙회는 지난 4일 전국 1100여 개의 알뜰주유소에 휘발유와 경유를 공급할 사업자를 선정하는 5차 입찰공고를 냈다. 가장 낮은 입찰가격을 써낸 사업자는 다음달부터 2019년 8월까지 2년 동안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공급하게 된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알뜰주유소는 1168개로 전체 1만2000여 주유소의 9.7% 수준이다. 그중 서울에는 단 11곳의 알뜰주유소만 운영되고 있다. 그렇다보니 주변에서 알뜰 주유소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실제 알뜰주유소의 가격은 알뜰할까. 지난 3월 산업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만1932개 주유소를 대상으로 기름값을 분석한 결과 일반주유소의 전국 평균가격인 리터(ℓ)당 1402.6원(휘발유), 1182.5원(경유)보다 알뜰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31.8원씩 싼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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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한 알뜰주유소 <사진=뉴스핌DB> |
정부는 애초 알뜰주유소를 도입하면서 일반 주유소에 비해 리터(L)당 70~100원 싸게 기름을 공급하겠다고 했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까지 떨어진 지난해 한때 정유사별 신용카드 할인혜택을 받는 것이 알뜰 주유소보다 더 싸다는 말도 나오기도 했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알뜰주유소는 도입 초기 반시장적이란 논란을 잠재울만한 피부로 느낄만한 정책 효과가 아직 없는 것 같다"며 "주유소간 과당경쟁으로 경영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구조조정이 필요한데 정부가 인위적으로 살려놓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책적 실효성 논란 외에 알뜰주유소가 일반 주유소들의 기름값을 낮추는 역할을 했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실제 알뜰주유소 인근의 일반 주유소들의 기름값이 다른 주유소보다 저렴하다. 주유소간 경쟁에서 어쩔수 없이 일반 주유소가 기름값을 낮출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알뜰주유소가 국내 유통시장의 투명화에 기여한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향후 알뜰주유소를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도 알뜰주유소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수도권, 광역시 등을 중심으로 알뜰주유소 신규 유치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알뜰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저유가로 전국주유소와 자영 알뜰주유소간 명목상 판매가격 차이가 축소된 것은 사실이지만 유류세를 제외한 실질적인 판매가격 차이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저유가 시대에도 알뜰주유소는 여전히 가격 인하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정탁윤 기자 (tac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