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범준 기자] '지성의 요람'이라는 대학. 하지만 이 말이 무색하다.
사회부 김범준 기자 |
지난 2015년에는 제자에게 수년 간 폭언·폭행을 일삼는 것도 부족해 '인분'까지 먹이는 인면수심(人面獸心) 교수가 폭로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더니, 최근에는 연세대에서 스승에게 나사못이 담긴 '텀블러 폭탄'을 선물한 제자가 경찰에 체포됐다.
뿐만 아니다. 성희롱과 성추행은 단골 메뉴며,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이라고 하는 곳에서는 분말소화기와 소화전 물대포 전쟁이 벌어졌다. 존중과 품격 따위는 잊은 지 오래된듯한 모습에 쓴웃음이 절로 난다.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사건별로 여러 복합적 사정이 있겠지만, 전문가들은 '힘의 불균형'과 그에 따른 '불신·불통'을 근본적 요인으로 꼽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실시한 '대학원생 연구 환경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갑질'하는 교수와 '말 못하는' 대학원생이 상당수 존재했다.
전국 189개 대학의 대학원생 1906명 중 33.0%는 프로젝트 수행 전 연구비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밝혔으며, 25.8%는 연구나 프로젝트 수행 후 정당한 보수를 받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또 19.5%는 교수의 개인적인 업무를 지시 받고 거절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했으며, 18.3%는 교수로부터 원치 않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것을 빈번하게 강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당한 일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응답자 대부분이 나중에 임용 등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 모르는 척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또 특별한 대처방법을 찾지 못해 그냥 참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보니 일부 교수는 직권을 남용해 노동력을 착취하고, 급기야 '인분'까지 먹이는 엽기적인 교수도 등장했다.
소통법이 서툰 한 제자(이유없이 그랬거나 혹은 지도교수가 불통꾼이 아니라면)는 '폭탄'이라는 야만적인 수단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두 사례 모두 인격(人格)은 모독됐다.
근대 유럽의 비판철학자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는 "인격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할 것"이라고 했다.
작금과 같은 대학의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교수와 학생이 서로를 자신의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삼지 않고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지성의 요람, 학문의 전당, 진리의 상아탑 '대학'을 회복하길 바란다.
[뉴스핌 Newspim] 김범준 기자 (nun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