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인정까지 넘어야 할 과제 많아…전망도 달라
[뉴스핌=강필성 기자] “이거 심장 떨려서 어디 하겠어?”
최근 가상화폐에 투자할까 말까를 고민하던 지인이 포기 선언과 함께 내뱉은 일성입니다. 그는 최근 ‘대박 신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상화폐의 추이를 살펴본 후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차트에 질려버렸다고 합니다. 최근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는 이더리움은 하루 평균 10% 내외의 등락을 보일 정도니까요.
실제 기자도 거금(?)을 투자한 이후 하루에 몇 번이나 천국과 지옥을 오갔습니다. 떨어질 때는 괜히 인생이 뭔가 싶다가 오르면 괜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저녁을 쏘고 싶고 그렇습니다.
자칫하면 영문도 모르고 거리로 나앉을지도 모릅니다. <사진=MBC> |
요즘 말로 ‘쫄보’(어떤 것에 겁을 먹거나 두려움을 남보다 쉽게 느끼는 사람이란 의미의 비속어. 겁쟁이)여서 그런가 봅니다. 하지만 빈약한 정보, 큰 변동성, 가치평가 불가 등 가상화폐 투자가 갖고있는 근본적인 한계도 이유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가상화폐, 화폐로 인정받을 수 있나
국내 금융, 가상화폐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기술이 세상을 바꿔 놓을 거라는데 이견을 달지 않습니다. 다만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가상화폐가 화폐로 인정받고, 가치가 오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화폐로 인정받는다면 가치가 더 오를 것이기에 중요한 문제입니다.
김남훈 하나경영연구소 산업분석팀장은 “너무 장밋빛 전망만 나오고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장기적으로 화폐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범용적 화폐로 자리잡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겁니다. 무엇보다도 화폐의 조건인 안정성 측면에서 가상화폐는 결격이라고 지적합니다. 몇년새 가치가 7배로 뛰어오르면 소비자들은 혼란스러워 할 겁니다.
이광상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앙 정부의 의지'가 가상화폐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라과 봤습니다. 익명성을 무기로 한 자금세탁, 밀수 등 부정사용을 어떻게 제어할 수 있느냐에 관건이란 겁니다.
<사진=셔터스톡> |
신중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블록체인 관련 운영체제, 플랫폼을 개발하는 기업인 블록체인OS의 최용관 최고운영책임자(CCO)는 “전세계적으로 표준 마련을 위해서 전문가들이 회의를 시작했고, 각국 정부에서 프로젝트르 200여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닙니다. 지속적으로 시장이 커질 것이고 영향력도 강해질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전세계 가상화폐 종류가 수백개라고 하지만 의미 있는 가상화폐는 20개 정도”라며 “하나의 가상화폐에 투자하기 보다는 분산하고, 각 기술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습니다.
가상화폐가 하드포크를 겪을 경우 두가지 코인으로 쪼개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진=셔터스톡> |
◆가상화폐, 똑같이 밝은 미래는 아니다
비트코인 모형을 제작하는 김광석씨는 “현재 가상화폐를 현금처럼 쓸 수 있는 것은 비트코인이 거의 유일하다”며 “비트코인과 다른 가상화폐의 가격 차이만큼 현금화에 가장 가까이 다가온 것이 비트코인이라고 봐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각 가상화폐의 가치와 미래가 다르다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는 각각 화폐가 발행되는 채굴에 대한 반감기를 가지고 있고 총 발행량도 제한 규모 및 시기도 다릅니다. 채굴이 아예 안 되거나 생산자가 유통량을 조정하는 리플코인 같은 사례부터 기존 코인의 새 버전을 만드는 하드포크(hardfork)를 겪은 이더리움과 이더리움 클래식 등의 코인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비트코인도 하드포크를 통해 발행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가상화폐의 미래가 찬란하더라도 가상화폐마다 각기 다른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투자자들은 몇가지 분기점을 앞두고 있습니다. 먼저 가상화폐가 화폐의 역할을 할 수 있을 만큼 저변이 넓어져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각 국가의 정부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 가상화폐의 주도권 싸움에서 이기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과제도 있죠.
이 가능성을 일부는 ‘도박’이라고 부르고, 다른 일부는 ‘가능성’이라고 부릅니다. 과연 가상화폐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요? 적어도 가상화폐에 투자한다면 적어도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할 필요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물론 다 안다고 수익이 나는건 아니지만요... <사진=페페 더 프로그> |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