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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엄수…5만여명 찾아 '인산인해'

기사입력 : 2017년05월23일 18:31

최종수정 : 2017년05월23일 18:31

추도식장 1만5000명·봉하마을 5만명…역대 최대 규모
문 대통령 내외·유족 등 손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뉴스핌=정경환 기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이 23일 엄수됐다. 역대 최대 규모인 5만여 명의 인파가 노 전 대통령을 기렸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2시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노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이 5만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엄숙하게 치러졌다고 밝혔다.

추도식 주최 측인 노무현재단 추산 전체 참석 인원은 약 5만명, 추도식장(행사장) 참석 인원은 1만5000명 가량이다.

봉하마을 진입로는 사람과 차량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행사장 바깥쪽 공터 풀밭과 산자락까지 발디딜틈 없이 사람들로 꽉 찼고, 노란 풍선과 노란 모자를 쓴 일반인들이 행사장(내빈석) 밖 펜스에 가득 들어섰으며, 부엉이바위 바로 아래쪽 산언덕까지 촘촘히 앉았다.

노무현재단 측 관계자는 "이번 8주기 참석 인원이 역대 가장 많았다"며 "과거에는 많이 오면 6000명 수준이었는데, 이번엔 거의 3배 가까운 1만5000명이 참석했다"고 말했다.

행사 시작 전 무대 좌우 대형 스크린에 노 전 대통령 모습과 함께 '나라를 나라답게, 사람 사는 세상' 슬로건이 나타나자 분위기는 차츰 고조됐다.

행사 시작 30분 전인 오후 1시 30에 김부겸 의원이 주요 인사 중 가장 먼저 왔고,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과 도종환 의원이 곧이어 도착했다.

내빈 한 사람씩 행사장으로 들어설 때마다 사람들은 환호와 박수로 환영했고, 특히 심상정 의원이 입장했을 때는 환호가 터졌다.

문재인 대통령 내외와 권양숙 여사, 노건호 씨,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국회의장 등이 행사 시작 시간인 오후 2시에 동시 입장하자 시민들은 이들을 연호했다.

이들 외에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과 김원기 전 국회의장, 임채정 전 국회의장,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전 강원지사, 노회찬 의원, 주호영 의원, 김동철 의원, 이현재 의원, 안철수 전 의원 등도 이날 노 전 대통령을 찾았다.

23일 오후 2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도식이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서거 이후 최대 규모로 거행됐다. <사진=뉴시스>

이해찬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인사말을 전하며 식이 시작됐다. 정세균 의장 인사말과 임채정 전 의장 추도사가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이들이 무대에서 내려올 때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굽혀 인사했다.

정세균 의장은 인사말에서 "당신이 그러했듯, 국회도 국민만 바라보고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로 거듭나겠다"며 "깨어있는 시민의 힘으로 민주주의를 지키고, 역사의 수레바퀴를 앞으로 전진시켜 나가겠다. 우리 국회도 소통과 협치로 그 길에 함께 하겠다"고 다짐했다.

임 전 의장은 추도사를 통해 "생각하면 지난 8년의 5월은 항상 어둡고 무거웠는데, 오늘 봉하의 5월은 이토록 밝게 빛난다. 당신이 부활했기 때문"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노무현 정신의 승리"라고 외쳤다.

추도식 중간, 노 전 대통령 특별영상이 나오자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눈물을 흘렸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의집 안내해설자인 고명석·김용옥 씨의 추도사를 들으며 안경을 벗어 눈물을 닦았다.

주최 측에선 문 대통령 내외를 비롯한 앞줄 귀빈들에게 나비가 든 케이스를 나눠 주고 날리게 했다. 천사를 상징하는 1004마리의 나비가 동시에 하늘로 날아올랐다.

노 전 대통령 아들 건호 씨가 유족을 대표해 인사말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안타까움과 흐뭇함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먼저 간 친구 노무현의 아들 건호씨를 바라봤다.

노 전 대통령 아들 건호씨의 삭발과 농담

건호씨는 삭발을 하고 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심하게 탈모가 생겨 본의 아니게 속살을 보였다. 건강상의 문제나 정치적인 이유나 사회 불만은 아니며 병원에 가보니 스트레스인 것 같다. 전국의 탈모인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농담을 건네며 엄숙한 행사장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행사 중간중간 권양숙 여사가 눈물을 보였고, 문 대통령이 위로의 인사를 건네는 모습이 포착됐다.

행사 시작 1시간이 좀 넘은 3시 10분께 마지막 순서로 참석자 일동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문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 그리고 김정숙 여사는 함께 손을 잡고 노래했다.

추도식 공식행사를 마친 오후 3시 18분, 헌화와 분향을 위해 문 대통령이 묘역에 나타나자 참배객들이 "문재인"을 연호했다.

권양숙 여사, 노건호 씨, 이해찬 이사장, 문 대통령 내외, 김홍걸 위원장 순으로 헌화·분향·묵념이 이어졌다.

정세균 의장, 임채정 전 의장, 김원기 전 의장, 추미애 대표, 박맹우 의원, 김동철 의원, 주호영의원, 심상정 의원, 노회찬 의원도 헌화·분향·묵념했다.

이후 너럭바위로 이동한 이들은 너럭바위 주위로 둥글게 서서 노 전 대통령 소개, 무덤 소개 등 방송 안내 멘트를 들었다. 문 대통령은 눈을 감고 경청하다 잠시 하늘을 바라보기도 했고, 마지막 묵념으로 인사하며 참배는 끝이 났다.

문 대통령은 이날 추도사에서 "8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이렇게 변함없이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해줘서 감사하다"며 "내가 대선 때 했던 약속, 오늘 이 추도식에 대통령으로 참석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킬 수 있게 해준 것에 대해서도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이란 이름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세상의 상징이 됐다"면서 "우리가 함께 아파했던 노무현의 죽음은 수많은 깨어있는 시민들로 되살아났고, 끝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됐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이 그립고, 보고싶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임기동안 대통령님을 가슴에만 간직하겠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다. 이제 당신을 온전히 국민께 돌려드린다.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돼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고 다짐했다. 

[뉴스핌 Newspim] 정경환 기자 (hoa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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