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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칼럼] 내 이름은 'CEO'

기사입력 : 2017년04월25일 10:00

최종수정 : 2017년04월25일 14:07

[뉴스핌= 홍승훈 증권부장] 요즘은 살 맛 난다. 얼마전 주주총회를 거쳐 연임이 결정됐다. 연말부터 서너달 얼마나 마음 졸였던가. 그룹 윗선에 줄대랴 노조 달래며 내부 정치하랴 온갖 신경을 쏟았던 터다. 혹시 그만두면 옮길 자리는 없나 살핀 것도 고백한다. 그나마 탄핵정국, 조기대선으로 시국이 뒤숭숭해 윗선에서도 일단 넘어가고 보자는 심리가 작용했으리라. 그래도 이참에 평소 관리해온 인맥도를 점검해야겠다. 정권 교체에 대비해 출신지역과 정치색을 고려한 조정이 필요할 것 같다.

사실 나도 처음부터 이러진 않았다. 재무, 기획은 물론 영업 현장과 자본시장 전문분야까지 톱클라스 수준의 능력을 발휘했다. 그 결과는 승승장구. 한때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자부심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딱 상무까지. 그 이상은 내 몫이 아니었다. 몇번 비현실적인 윗선 지시가 있어 고심하다 용기를 내 직언도 했다. 그랬더니 "소 왓(So What?)". 나만 바보됐다. 몇차례 물먹고 회사를 옮겨 천신만고끝에 오른 게 이 자리다. 그때 절실히 깨달았다. 빠르게 변화하는 자본시장 업무 적응만큼 인맥과 학맥, 오너와 상사에 대한 한발 앞선 충성이 중요하단 걸.

누구 말마따나 '이러려고 CEO 됐나' 자괴감도 든다. CEO가 되면 큰 중장기 전략을 세우고 나의 내공을 모조리 쏟아부으리라 작심했던 적도 있다. 허나 현실은 달랐다. 단기 실적, 내부 정치가 우선이다. 작년 오너를 모신 송년회에서 계열사 사장과 임원들의 치열한 충성 발언을 기억하면 난 아직 멀었다. 다들 불타는 얼음이라도 만들 기세다. 그나마 잘했던 건 그날 내 속의 생각을 단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살아남았다. 왜냐고? 유학중인 둘째, 이제 막 직장에 들어간 첫째가 내게 있다. 유학비용 대려면 아직 쉴 수 없다. 직장생활 시작한 첫째도 금융분야다. 내가 현직으로 있는 게 여러모로 좋다. 아내 역시 잊을만 하면 한번씩 거든다. "쓸 데 없는 생각말고 무조건 붙어있으시라"

연임엔 성공했지만 마음이 편한 것도 아니다. 그룹에서 요구해온 이들을 좋은 보직에 앉히거나 승진시키자 내부 반발이 만만찮다. 문고리 몇인방이란 말까지 나돈다. 나라고 이러고 싶은 줄 아나. 사장 마음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전략 세우기도 쉽지 않다. 신성장동력, 특화전략. 말이 쉽다. 이미 레드오션이거나 너무 리스키하다. 매년 실적으로 성과를 보여줘야 연명할 수 있는 현실의 벽을 생각하면 중장기 전략은 남의 나라 얘기다.

오너가 있는 회사에서 임원 임기는 의미 없다. 2~3년 임기가 남아있어도 윗분 눈 밖에 나면 몇달내 옷 벗어야 한다. 괜히 버텼다간 누구처럼 다른 회사 CEO 자리도 물건너 간다. 이 바닥이 평판으로 먹고사는 동네 아닌가. 물론 다 나같진 않다. 은행이나 재벌계열 증권사 CEO들이야 일부를 빼곤 오십보 백보지만 독립계열 금융회사는 안 그런 곳도 꽤 있다.

요즘 가장 부러운 증권사는 M사다. 수년전 200억원 안팎 연간 이익을 내던 회사가 최근 2년(2015~2016년) 업계 선두로 발돋움했다. 대형사들을 순식간에 압도했다. 한번이겠지? 아니다. 이듬해인 작년에도 당기순이익 1등. 올해 1분기도 영업이익이 1000억원에 육박한다.

질적으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이 업계 톱이다. 재작년 23%, 작년 14%. 증권사 평균 ROE가 4~5% 수준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익력이다. 그러니 업계 평가도 달라졌다. '그래봤자 중형사'에서 '배우자 M'으로 바뀐다. 성장성이 꽉 막혔다는 증권업이지만 M사에겐 이 시장이 '물 반 고기 반'인 것만 같다.

그래서 뜯어봤다. 성공비결이 뭘까. 8년째 M사를 이끌고 있는 최모 CEO, 그리고 조모 오너의 전폭적인 권한 위임이 답이다. 핵심 비즈니스는 부동산PF였다. 수년째 주변에선 "위험해. 지금이 꼭지야. 언젠가 터지고 말지" 했다. 그런데 아직까지 터진 게 없지 않나.

프로세스 혁신도 놀랍다. 주요 딜의 경우 사장부터 대리까지 함께하는 원탁회의에서 한방에 결정한다. 주요 포스트 중 한명이라도 반대하면 통과되지 않는다. 우리처럼 과장이 팀장, 팀장이 부장, 부장이 임원, 임원이 사장에게 보고하는 체계로는 그 속도를 못따라간다. 그룹에서 "잘 검토해" 슬쩍 얘기하면 여간해선 통과시키는 우리와는 다르다. 부동산에선 리스크 측정이 핵심이다. 거기 CRO((Chief Risk Officer)는 업계 최고 대우를 해주네. 이런 거 우린 말도 못꺼낸다. 부동산 담보물 리스크 측정이 증권사 중 최강이란 평가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그뿐이랴. 조직문화도 완전 딴판이다. 일상 보고용 회의는 전면 폐지했다. 임원이나 사장에 대한 의전도 전혀 없다. 해가 바뀌면 쥐어짜야하는 경영계획, 경영목표도 유연하다. 워낙 시장 변동성이 크다보니 연초 계획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사장의 회장 보고때도 그저 1페이지 실적표 하나면 된다. 성과시스템. 상하한 폭이 장난 아니다.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2배를 웃돈다. 그래도 선수들은 자꾸 M사로 간다. 평균연봉이 업계 최고니 그럴 수 있겠다. 우리는 노조가 발목잡을 게 뻔하다. 아니 그전에 변화를 싫어하는 임원들이 반대할거다. 제각각 그룹에 줄을 대고 흔드니 나도 마음대로 못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CEO에 대한 오너의 신임과 지원이다. 사장 선임 1년후부터 회장이 임원회의에 불참한다. CEO에게 모든 걸 믿고 맡긴다. 8년째다. 이 곳이 지금 CEO 이전에 매 임기마다 사장을 교체해오던 곳이라고 누가 믿겠는가.

여기 말고도 부러운 곳이 몇 곳 있다. 한 CEO가 11년째 경영을 하는 H사, 10년째인 K사, 9년째인 또 다른 K사. 공교롭게도 모두 실적도, 조직문화도 업계 수준급이고 알짜 회사들이다. 사실 이 정도 길게 믿고 맡기면 누가 성과를 못낼까 싶긴 하다.

그래. 길이 없다 불평 말자. 결국 먼저 가는 사람이 길을 내는 거다. 초대형 증권사가 돼도 ROE 5%가 안되면 그게 무슨 의미겠냐. 이번 임기엔 자리 연연하지 말고 중장기 전략을 제대로 세워보련다. 10년뒤 우리 직원들이 제대로 큰 일 한번 할 수 있게 기반을 닦자. 혹시 모르지. 그러다보면 나도 그때까지 버티고 있을지...

 

[뉴스핌 Newspim] 홍승훈 증권부장 (deerbear@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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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전자 '엑시노스 부활' 이 기사는 5월 21일 오전 10시04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와 내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 플래그십 모델에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를 탑재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7월 공개 예정인 폴더블 신제품에는 '엑시노스 2500·2400', 내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6 시리즈에는 2나노 공정의 '엑시노스 2600'이 적용될 예정이다. 시장과 제품 포지셔닝에 따라 퀄컴 칩셋과 병행 탑재하는 이원화 전략이 병행된다. 삼성전자 엑시노스 [사진=삼성전자] 21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오는 7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공개할 폴더블 스마트폰에 엑시노스 칩셋을 일부 탑재한다. 삼성은 또 내년에 출시하는 갤럭시 S26 시리즈에는 엑시노스 2600을 부분 탑재할 계획이다. 해당 칩셋은 2나노 공정이 처음으로 적용되는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 Z 플립7에 엑시노스 2500, 보급형인 Z 플립7 FE에 2400이 각각 탑재될 예정"이라며 "상위 기종인 Z 폴드7에는 S25와 동일하게 퀄컴의 스냅드래곤8 엘리트가 들어간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6 시리즈의 경우 북미·한국·중국·일본 등 주요 시장에는 퀄컴의 새로운 칩(스냅드래곤8 엘리트2)을, 유럽 및 기타 글로벌 시장에는 자체 칩셋인 엑시노스 2600을 교차 탑재하는 것이 현재 계획"이라며 "단, 고성능이 요구되는 울트라 모델은 전량 퀄컴 칩셋을 탑재하는 방향으로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분기보고서를 통해 "상반기에는 3나노, 하반기에는 2나노 모바일향 제품을 양산해 신규 출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갤럭시 S25 울트라. [사진=삼성전자] Z 폴드7과 S26 시리즈의 칩셋 탑재 방식 차이는 제품 포지셔닝에 따른 것이다. 폴드 시리즈는 플립 보다 상위 라인업으로 분류돼 퀄컴 칩셋을 적용하고, 유럽 등에서는 엑시노스를 투입해 성능을 검증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울트라 모델의 경우 상위 기종인 만큼 지역에 관계없이 퀄컴 칩셋을 탑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이 엑시노스를 자사 제품에 탑재하는 것은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 실적 정상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올해 1분기 두 사업부는 각각 1조원대 적자를 낸 바 있다. 시스템LSI는 주요 고객사에 플래그십 SoC(System on Chip)를 공급하지 못했고, 파운드리는 계절적 수요 약세와 고객사 재고 조정으로 인한 가동률 정체로 실적이 부진했다. 하지만 자체 칩셋 적용은 내부 수요를 통한 생산 가동률 확보, 공정 검증 및 설계-제조 일원화 구조를 유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민감도가 낮은 시장을 중심으로 엑시노스 경쟁력을 확보하며 중장기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하는 것으로 관측된다"며 "엑시노스의 성공은 사업부 실적은 물론 향후 시장 주도권 확보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삼성 입장에선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엑시노스 탑재와 관련해 "고객사와 관련된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aykim@newspim.com 2025-05-2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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