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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칼럼] 주진형의 류(流)와 그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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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에는 류(流)가 있다. 바둑판에 드러나는 기풍이다. 기사 개인의 성격과 그마다 추구하는 바가 그대로 묻어난다.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고 모험을 감행하는 유형, 진흙탕 싸움을 두려워 않는 잡초형, 아무리 상대가 도발을 해도 묵묵히 자기 길만 가는 돌부처형 등등. 프로 바둑기사 조훈현씨는 이런 류를 일종의 자아(自我)라고 했다. 기사들이 바둑을 어떤 식(각자의 기풍이나 류)으로 둔다는 것은 세상을 어떤 식으로 살아가겠다는 자신만의 선언이란 의미다. 이 같은 류는 바둑판에만 있는 건 아니다. 한 가정을 끌어가는 가장이나 기업을 이끄는 CEO 등 리더에게 '자신만의 류'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필수품이다.

최근 여의도 증권가에 가장 핫한 인물 중 하나가 주진형 한화투자증권 사장이다. 그는 2년 전 CEO로 선임된 후 ▲매도(Sell) 리포트 의무화 ▲주식 회전율(과당매매)의 엄격한 제한 ▲사내 편집국 설치 ▲파격적인 수수료 혁신 등 상당히 많은 도전과 개혁을 감행했다. 하나같이 바꾸기 어렵고 해묵은 업계 난제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류)로 거침없이 풀어갔다. 그는 전략변화의 핵심은 고객이었다고 거듭 강조한다. 전술, 즉 바둑 기풍으로 보면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잡초형과 남들이 뭐라해도 자기 길만 가는 돌부처형의 조합이다. 오너나 임직원 눈치를 보는 보통 월급쟁이 CEO들은 좀처럼 취하기 어려운 시도였다.

안팎에서 그의 일방적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그래도 그의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추진력만큼은 인정해주자는 부류도 꽤 있었다.

그런 그가 심한 레임덕에 빠졌다. 임기가 반년 이상 남았음에도 그룹 오너가 차기 CEO를 내정한 탓이 컸다. 그룹과 잇따른 갈등의 결과다. 불만은 있었지만 대놓고 이를 토로하지 못했던 한화투자증권 임직원들도 주진형 퇴진에 대한 그룹의 암묵적 동의가 감지되자 집단 항명사태를 일으켰다.

이쯤되니 꼿꼿하던 주진형의 류도 살짝 흔들린다. 평소 언론을 극도로 기피해왔던 그가 갑자기 인터뷰를 자청(특정언론이긴 했지만)하며 그의 입장과 의도를 강하게 피력한 걸 보면 짐작 가능하다. 또 최근 국정감사에 나가 즉답을 피하긴 했지만 진작부터 그룹과 갈등의 불씨였던 주진형의 한화S&C(김승현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 계약 교체 검토건도 오너의 노여움을 샀다. 한국 재벌기업 문화상 오너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이는 계속 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룹에선 "개가 주인을 물었다"는 말까지 공공연하게 나왔다. 그의 시한부 퇴진은 더 명백해졌다.

서울대와 존스홉킨스대, 삼성그룹과 우리금융지주, NH투자증권(전 우리투자증권) 핵심참모를 거치며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주진형. 그를 만나고 경험했던 이들은 한결같이 그가 똑똑하다는 데 공감한다. 경제면 경제, 경영이면 경영 모두 이론과 논리 싸움에서 그를 당해낼 자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금융계 선배들과 원로들을 한명씩 논리로 깨면서 오만하게 그들을 지휘했던 우리금융 전략참모 시절 에피소드는 유명하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한국사회는 부지런하고 똑똑한 상사, 자신의 생각만을 상대에게 주입하는 상사보단 다소 부족해도 부하 직원들의 말을 들어줄줄 알고 이해하며 소통하는 상사를 원한다. 정부 요직에 누군가를 앉힐 때도, 며느리를 고를 때도 '똑똑함(능력)'보단 '현명함(융화)'이 우선이다. CEO로서의 정무적 능력도 필수다. 아마 이번 사태가 불거지면서 어느 기업 오너도 그를 CEO로 선임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러니 일각에선 동정론도 나온다. 그런데 재밌는 건 정작 주진형 자신은 개의치 않는 듯하다. 그의 독특한 류 때문이다. 사람들은 대개 행복이 돈이나 명예, 성공에서 온다고 믿는다. 하지만 진짜 행복은 단단한 자아에서 온다. 자아가 단단하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남들의 시선이나 사회적 잣대에 휘둘리지 않고 신념대로 행동한다. 이런 자아, 자존감이 주진형에겐 아주 강하다. 이게 그의 독특한 류다. 
 
아쉬움은 남는다. 주진형이 자신의 경영비전을 100% 달성하겠다는 욕심만 버렸다면 어땠을까. 조금 더 현실적으로 그룹 및 경영진이나 임직원들과 소통하면서 일정부분 타협을 하며 자신의 비전을 풀어갔다면 100은 아니라도 50 이상, 최소 절반은 바뀌었을 것이다. 그럼 관행과 불신이 만연한 자본시장, 금융투자업계에 미력이나마 긍정적인 시그널과 동기부여가 됐을 것이다. 누구는 그에게 10년이란 시간만 주어졌다면 한화투자증권은 국내 최고의 실력을 갖춘, 정말 차별화된 증권사가 됐을 것이란 상상을 한다. 가정이지만 그럴 수도 있겠단 생각이 스치는 건 필자 뿐이 아닐 것 같다.

매년 신년사를 통해 '고객중심 경영' '고객만족 경영'을 외치면서도 실제로는 반대의 행태를 보여온 상당수 증권사 CEO들과는 분명히 달랐던 주진형의 퇴진은 안타깝지만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오만과 독선이 지나쳤던 주진형의 류로는 세상, 아니 일개 증권사 하나도 바꾸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다만 그 같은 과감한 시도가 증권업계에 언제 다시 있을까 생각하면 안타깝긴 하다.

[뉴스핌 Newspim] 홍승훈 증권부장 (deerbear@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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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일 금리차 축소에도 '엔저' 왜? [서울=뉴스핌] 오영상 기자 =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빠르게 줄고 있음에도 엔화 약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이례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내리고 일본이 금리를 올리면, 미일 간 금리 격차가 좁혀지면서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 일반적인 환율 흐름이다. 그러나 올해 외환시장은 이 공식이 잘 작동하지 않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세 차례 연속 금리를 인하했고 일본은행(BOJ)이 추가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지만, 엔화는 여전히 1달러=155엔 부근에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두고 '엔화의 코넌드럼(수수께끼)'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 엔화 [사진=로이터 뉴스핌] ◆ 문제는 '금리'가 아니라 '경제 구조' 상황이 이러하자 시장의 시선은 금리에서 일본 경제의 구조적 요인으로 이동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일본은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재무성에 따르면 올해 1~10월 경상수지는 27조6000억엔 흑자를 기록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지난해(29조3000억엔)에 이어 사상 최대가 유력하다. 이 가운데 약 5조엔이 일본 국내로 환류되며 엔화 매수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세부 항목을 보면 엔화에 불리한 흐름이 뚜렷하다. 무역수지는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도 10월까지 1조5000억엔 적자다. 원유·자원 수입 대금의 상당 부분을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구조 자체가 엔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한다. 더 심각한 것은 서비스수지다. 일본은 디지털 서비스 분야에서 만성적인 적자를 안고 있다. 올해 10월까지 디지털 수지는 5조6000억엔 적자를 기록했다. 방일 관광객 증가로 여행수지가 5조4000억엔 흑자를 내며 간신히 이를 상쇄하고 있지만, 구조적으로는 불안정하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디지털 적자가 2035년에는 18조엔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산한다. 이는 2024년 기준 원유 수입액(약 10조엔)을 훌쩍 넘는 규모다. 클라우드, 동영상 스트리밍, 생성형 AI 등 핵심 디지털 서비스가 해외 기업에 장악된 상황에서, 여행수지 흑자로 이를 계속 메우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 교토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의 전통 의상인 '기모노'를 입고 교토 시내의 공원을 구경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NISA와 재정 확장이 초래한 엔화 매도 일본 정부가 추진한 신(新) NISA(소액투자비과세제도) 역시 의도치 않은 엔화 약세 요인으로 지목된다. 제도 개편 이후 해외 투자신탁 매수에 따른 자금 유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미쓰비시UFJ모간스탠리증권에 따르면 신 NISA 도입 이후 해외 펀드 투자로 월평균 약 6900억엔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는 약 8조엔 규모의 엔화 매도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본다. NISA 계좌 수가 현재 2700만개에서 4000만개 수준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향후 5~10년 동안 매년 10조엔 안팎의 엔화 매도 압력이 지속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재정 정책에 대한 불안도 겹친다. 다카이치 사나에 정권이 내세운 대규모 재정 지출이 성장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재정 건전성을 훼손할지에 대한 의문이 시장에 남아 있다. 일본 국채의 신용위험을 반영하는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최근 약 2년 만의 고점까지 상승했다. 코로나19 이후 최대 규모로 편성된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추가경정예산 역시 '재정 팽창'에 대한 경계심을 자극한다. 외국계 금융권에서는 "재정 지출이 성장으로 연결되더라도 1~2년의 시차가 불가피하며, 그동안은 엔화 약세 압력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사진=로이터 뉴스핌] ◆ 엔저 지속, 한국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 엔화 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한국 경제와 금융시장에도 파급 효과가 적지 않다. 가장 직접적인 채널은 엔/원 환율이다. 엔화가 달러 대비 약세를 유지하면, 원화가 달러 대비 일정 수준에서 움직이더라도 엔/원 환율은 상대적으로 하락(원화 강세)하기 쉽다. 이는 수출 경쟁 측면에서 한국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일본과 경합하는 자동차, 조선, 기계, 소재 산업에서는 일본 기업들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쉬워지기 때문이다. 엔저가 지속될수록 한국 수출기업은 원가 절감이나 기술 경쟁력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마진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수입 물가 측면에서는 일부 완충 효과도 있다. 일본으로부터 들여오는 중간재·부품 가격이 낮아지면서 제조업 원가 부담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한국의 대일 수입 구조가 완제품보다는 핵심 소재·부품 중심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환율 효과가 소비자 물가 안정으로 직결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금융시장에서는 엔/원 환율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도 주목된다.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는 엔화가 저금리 통화이자 조달 통화로 다시 활용될 경우, 위험자산 선호 국면에서는 원화 등 아시아 통화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의 구조적 엔저 인식이 굳어질 경우, 엔화 약세와 함께 원화도 동반 약세를 보이는 '동조화 리스크'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2004년 이후 미국의 금리 인상기에도 미 국채 금리가 오르지 않는 현상을 당시 앨런 그린스펀 연준 의장은 '코넌드럼'이라 불렀다. 결과적으로 저금리는 부동산 버블을 키우고 금융위기로 이어졌다. 지금의 엔화 역시 비슷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금리차라는 단순한 설명으로는 더 이상 환율을 이해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구조적 경상수지 변화, 디지털 적자, 자본 유출, 재정 신뢰까지 얽힌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다면, 엔화 약세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goldendog@newspim.com 2025-12-1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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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자택·사무실·차량기록 전방위 압색 [서울=뉴스핌] 김영은 기자 = 민중기 특별검사팀(특검팀)이 17일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전방위 강제수사에 나섰다. 특검팀은 "이날 오전 '김건희 여사 로저 비비에 가방 수수의혹사건' 과 관련해, 차량출입기록 확인 등을 위해 국회사무처 의회방호담당관실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시진은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가 2023년 12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핌DB] 특검팀은 이와 함께 김 의원의 서울 성동구 자택,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에도 돌입했다. 앞서 특검팀은 김 여사의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260만원 상당 로저비비에 클러치백과 김 의원의 배우자 이모 씨가 작성한 편지를 발견했다. 2023년 3월 17일이 적힌 편지엔 김 의원의 당대표 당선에 대한 감사 인사가 적혀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특검팀은 해당 가방이 2023년 3월 8일 김 의원의 당선 직후 건네진 대가성 선물이라고 보고 최근 이씨를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한 바 있다. 김 여사 측이 당초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을 지지했으나 당시 권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자 김 의원을 지지했고, 이씨가 답례로 가방을 건넸다는 특검팀의 관측이다. 특검팀은 이 과정에서 가방 구매 대금이 김 의원에게서 빠져나갔을 가능성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김 의원은 김 여사 측에 대한 청탁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아내가 신임 여당 대표의 배우자로서 대통령의 부인에게 사회적 예의 차원에서 선물을 한 것"이라며 "이미 여당 대표로 당선된 나와 내 아내가 청탁할 내용도, 이유도 없었다. 사인 간의 의례적인 예의 차원의 인사였을 뿐"이라고 했다.  이날 김 의원은 압수수색 현장에서 "민주당 하청으로 전락한 민중기 특검의 무도함을 여러분이 보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은 박노수 특별검사보가 지난 4일 정례브리핑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핌DB] yek105@newspim.com 2025-12-17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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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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