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지난해 선재 9만톤 수출..업계 "WTO제소 등 대응방안 검토해야"
[뉴스핌=조인영 기자] 미국 트럼프 정부가 한국산 선재(線材) 반덤핑 조사에 착수하면서 포스코 등 국내 철강업체들이 긴장감 속에서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의 자국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이번 조사를 시작으로 본격화될 경우 철강업계 전반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관련업계 등에서는 우리 정부와 업체들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올 하반기 미국에 선재 가공센터를 준공하고 현대차 등에 납품을 준비하고 있다. 높은 관세율이 확정될 경우, 철강제품 공급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외 고객사에 출하를 위해 선적작업 중인 포항제철소 선재 제품 <사진=포스코> |
앞서 미국 상무부는 19일(현지 시각) 한국을 포함해 10개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선재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개시했다. 선재는 철강에 압력을 가해 단면이 둥글게 되도록 가공한 제품으로 2차 가공을 거쳐 못·나사·철사 등을 만들 수 있다.
이번 조사는 게르다우 아메리스틸 US, 누코르 코포레이션, 키스톤 통합산업, 차터스틸 등 미국 철강사 4곳이 한국 기업들의 선재 덤핑 수출로 피해를 봤다며 33.96~43.2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해달라고 요청한데 따른 것이다.
이에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다음달 12일까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예비판정을 내린 뒤, 내년 1월 2일 최종판정을 내릴 예정이다.
자국 보호무역주의를 강하게 유지하고 있는 미국 트럼프 정부가 해외 철강사를 대상으로 메스를 들이대면서 그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산 철강제품 압박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란 우려가 업계에서 나온다.
포스코 등 한국 철강사들은 긴장감 속에서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새 타겟이 된 한국산 선재의 대미(對美) 수출액은 2015년 5900만달러, 지난해엔 4560만달러로 피소국 중 우크라이나에 이어 2위다. 미국향 선재 수출은 포스코가 대표적으로, 지난해에만 약 9만톤을 수출했다.
<자료=코트라> |
이번 선재 제품의 반덤핑 조사 최종판정이 내년 초로 예정돼있지만, 한국산 제품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고된다. 이미 지난달 미국 상무부는 한국산 후판(6㎜ 이상 두꺼운 철판)에 대해 현대제철에 대해선 2.05%, 동국제강은 1.71%의 예비판정을 내렸다. 2월엔 한국산 인동(燐銅·구리에 인을 더한 합금)에 대해 8.43%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관련업계 등에서는 대응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코트라 관계자는 "미국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의 반덤핑 조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로 무역구제수단이 강화되는 추세로, 주요 타깃인 철강사들의 대응방안 모색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특히 포스코는 올 하반기 현지 인디애나주 제퍼슨빌에 연 2만5000톤 규모의 자동차용 철강 선재 가공센터 준공을 앞두고 있다. 완공 시 인근 현대차 공장에 납품할 계획이나, 미국 정부가 높은 관세율을 부과하면 가격경쟁력이 하락해 자칫 납품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포스코 측은 "미국으로 수출하는 선재가 대부분 현지기업이 생산하기 어려운 '고급강'인 점을 부각시켜 이번 반덤핑 조사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대응기조를 설명했다.
업체 차원의 대응에 그치지 않고 정부와 학계 등이 공동으로 미국의 통상압박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철강업계, 학계, 정부가 국익을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고 대응체계를 갖춰 갈수록 심화되는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대해 WTO제소 등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강구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