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애경유화..적극 해명으로 피해 최소화
정부 및 유관기관 도움 한계..대응방안 모색 시급
[뉴스핌=조인영 기자] 한국 화학기업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견제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번에 반덤핑 판정을 받은 가소제(DOTP)는 대미(對美) 수출량이 적어 당장 미치는 영향은 적다. 그러나 갈수록 커지는 미국의 자국 산업 보호 기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및 유관기관과의 협업이 보다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뉴시스> |
3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27일(현지시간) 한국에서 수입된 가소제(DOTP)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실시하고 LG화학과 애경유화에 각각 5.75%, 3.96%의 예비관세를 물렸다. 한국산 제품이 반덤핑 예비관세 부과 판정을 받은 것은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가소제는 플라스틱 제조에 주로 사용되는 화학물질로, 미국 정부는 두 기업이 미국 시장 가격 보다 제품을 저렴하게 팔아 미국 기업에 피해를 줬다고 판단했다.
상무부는 또 앞으로 한국에서 가소제를 제조·수출하는 모든 업체에 4.47%의 반덤핑 예비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앞서 미국 화학업체인 이스트맨 케미칼 컴퍼니(Eastman Chemical Company)는 지난해 6월 한국산 가소제 생산업체 3곳(LG화학, 애경유화, 한화케미칼)이 덤핑을 해 피해를 봤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23.70~47.86%의 반덤핑 마진을 부과해달라고 요청했고 ITC는 상당 부분 미국 산업에 피해를 줬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반덤핑 판정은 미국 시장 내 한국산 가소제 점유율이 높기 때문이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2015년 한국산 가소제의 대미 수출액은 3122만달러로 미국 수입시장 내 점유율은 1위다.
특히 2015년 가소제 총수입액(5588만달러)이 전년 보다 16.45% 줄어든 반면 한국산 가소제 수입액은 오히려 7.33% 늘었다. 미국 수입 시장 위축에도 한국 제품이 오히려 선전하면서 반덤핑 관세부과 기조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코트라는 "미국은 반덤핑 조사대상 외국업체가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경우, 미국 제소업체가 제공한 불리한 정보를 판정에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LG화학과 애경유화 등은 최종 판정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LG화학 관계자는 "수출 물량이 적어 영향은 크지 않다"면서도 "상무부의 최종판정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애경유화 측도 "소명자료를 제출했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의 미국 수출량은 4000~6000t(약 60~80억원)으로 매출(20조원)에 비해 적은 수준이다. 애경화학은 2만t 이상을 수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대미 수출물량을 타 지역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화학업체들이 제각각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더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정부와 유관기관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현정 무역협회 연구위원은 "미국과 한국산 화학제품 품목이 많이 겹치지 않기 때문에 철강산업처럼 우후죽순으로 제소가 들어올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대응주체가 기업이기 때문에 정부나 공공기관이 도와줄 수 있는 부분도 제한적"이라고 언급했다.
한종호 산업통상자원부 사무관은 "LG화학·애경유화 등이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며 "업계가 '덤핑 사실이 없다,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방미 기회가 있을 때 마다 공정 조사를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무부는 지난 27일 예비판정을 내린 데 이어 오는 4월 이후 최종판정을 내린 뒤 한국산 가소제에 대한 반덤핑 부과 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