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 떼는 로보어드바이저…관심만큼 오해도 많아
[편집자 주] 오는 16일 정부당국의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1차 종료를 앞두면서 금융권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테스트베드 종료 이후부터는 각 금융사가 앞다퉈 로보어드바이저 상용서비스 경쟁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투자전문가(advisor)의 합성어로 컴퓨터가 사람의 자산의 관리해준다는 의미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의미와 테스트베드의 성과를 짚어봤다.
[뉴스핌=강필성 기자] “인공지능(AI)가 투자하는 것 아닌가요?”, “알아서 상품을 추천해주고 돈도 관리해주는 시스템이죠?”
일반 금융 소비자들에게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해 물으면 나오는 대답은 대부분 물음표로 끝난다. 심지어 내용도 제각각이다. 금융권 내부에서도 담당자가 아니면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해 오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정도니 소비자들의 혼란도 무리는 아니다.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기대감과 발전방향이 주는 착시효과 때문이다.
이로 인해 29개사가 반년간 참여해온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종료를 열흘 앞둔 현재에도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오해는 적지 않은 편이다.
그렇다면 과연 로보어드바이저는 무엇일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 오해1. 로보어드바이저, AI 맞나요?
시중에서 로보어드바이저를 설명할 때 가장 큰 오해를 받는 것은 AI라는 단어에서 나오는 과도한 기대감이다. 엄밀히 말하면 현재 상업화에 성공한 로보어드바이저 중 AI라고 불릴 만한 것은 없다.
통상 AI는 인간과 같이 생각하고 학습·판단하는 방식의 인공지능을 뜻한다. 하지만 현재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은 AI에 근접했다기 보다는 기존 기관투자자들의 프로그램 매매를 보다 고도화 한 것에 가깝다.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비한 알고리즘을 짜 넣고 각 상황에 맞는 결과를 도출하는 시스템이다.
여기에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를 예측하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기술이 일부 사용되고 있지만 그 비중은 아직 크지 않다는 것이 로보어드바이저 개발자들의 목소리다.
한 로보어드바이저 개발자는 “알고리즘에 의한 매매를 100으로 놨을 때 10% 내외의 범위에서 머신러닝의 비중이 있다고 봐야할 것”이라며 “매매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내, 최적의 이론을 찾는 방식이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10%라는 수치마저도 예상에 가깝다. 로보어드바이저의 알고리즘이 담긴 영역은 소위 ‘블랙박스’로 불린다. 어떤 알고리즘과 프로그램이 작용하는지는 전혀 알 수 없다. 요컨대 AI 기능에 대한 과도한 로보어드바이저 홍보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AI가 로보어드바이저 영역에서 활용되리라는 것에는 큰 이견이 없다.
최근 몇몇 로보어드바이저 기술 보유 업체들은 AI의 기능을 보다 높인 알고리즘을 개발 중에 있다. 하지만 시장을 전망할 때 고려해야 할 상황은 단지 숫자만이 아니다. 이 로보어드바이저가 세간의 뉴스와 국제 정세를 분석하며 투자하는 날이 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오해2. 로보어드바이저, 실수는 없겠죠?
‘기계는 실수하지 않는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실수를 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 대부분이 가진 믿음이다. 분명 로보어드바이저는 사람과 달리 실수를 하지 않는다. 대신 오판을 한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서 이익은커녕 손실을 본 로보어드바이저가 적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로보어드바이저 사이에서도 수익률 격차가 무척 크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휴먼 어드바이저도 개별 투자수익 편차가 큰 만큼 로보어드바이저의 판단 역시 각 알고리즘 별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업계 전문가는 “결국 알고리즘 과정에서 최적의 결과를 내기 위한 다양한 이론과 설정하게 되는데, 이 이론과 설정은 모두 사람의 두뇌에서 사람의 손을 거쳐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로보어드바이저의 능력은 그것을 만든 사람의 연장선상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 오해3. 모두 로보가 하는 것이 맞나요?
현행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에서는 사람의 인위적인 개입이 불가능하다. 테스트베드를 운용하는 금융위원회와 코스콤은 투자자 프로파일링, 자산배분, 포트폴리오 셀렉션, 리밸런싱까지의 과정을 필수적으로 자동화 시킬 것을 테스트베드의 조건으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종종 다른 상황을 맞이하기도 한다. 한때, 증권업계에서는 모 로보어드바이저를 사람이 조정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수익률이 크게 떨어지니까 사람이 개입해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는 등의 리밸런싱을 직접하고 수동으로 매도, 주문을 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돈 것. 물론 해당 업체에서는 이런 소문을 부정했다.
하지만 이런 소문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사람과 로보어드바이저의 협업이 더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런 방식을 장점으로 내세운 하이브리드 로보어드바이저의 등장은 계산과 분석에 강한 로보어드바이저와 직감적으로 시황을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의 강점이 합쳐진 모델로 꼽힌다.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과도기에 하이브리드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으로 발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 오해4. 로보어드바이저는 사람을 대체할까요?
이 오해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절반이 맞는 이유는 AI가 발달하고 로보어드바이저 스스로 학습·성장하는 시대가 온다면 사람을 뛰어넘지 말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남은 절반이 틀린 것은 로보어드바이저의 태생이 휴먼어드바이저의 보완재로서 등장했다는 점 때문이다.
금융권에서 로보어드바이저는 인건비와 점포 임대료를 들이지 않더라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차세대 상품이다. 때문에 섬세한 관리를 요하는 고액자산가 보다는 소액 투자자들을 위한 상품으로 가치가 더욱 크다.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고액자산가를 위한 휴먼어드바이저 시장과 소액투자자를 위한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상호보완적 관계로 갈 가능성이 크다.
시중은행의 로보어드바이저 개발자는 “로보어드바이저가 휴먼어드바이저를 대체하게 되는 것은 아직은 먼 미래의 이야기”라며 “아직은 간단하게 투자가 가능한 로보어드바이저보다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해주는 휴먼어드바이저가 훨씬 더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로보어드바이저가 휴먼어드바이저를 대체하는 시대는 고도로 발단된 AI가 단지 휴먼어드바이저의 직장만 위협하는 단계가 아닐 것으로 예상했다. 예를 들어, 로보 기자가 사람 대신 취재하고 기사를 쓰는 시대 쯤 말이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