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70원 최저 시급, 수습 3개월 이마저 못받아
여자 ‘오후’·남자 ‘새벽’…선택권 없는 알바생
울며겨자먹기식 야간알바, 학업·생활에 지장
[뉴스핌=김규희 기자] “저는 일부러 학교 수업을 오후로 몰아놔요. 야간 알바 끝나면 오전엔 졸려서 수업을 들을 수가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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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 한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이혁진(가명·23·남) 씨가 말했다. 그는 대학 진학을 위해 상경한 뒤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꾸준히 편의점에서 일했다.
아르바이트생들은 두번의 ‘열정페이’에 살고 있다. 6470원이라는 최저시급을 받지만 3개월 수습기간 동안에는 이마저도 다 받지 못한다. 더욱이 이들은 자신이 일하고 싶은 시간에 일할 수 없다. 사장이 필요로 할 때, 즉 힘들고 남들이 기피하는 시간에 일해야만 한다.
이 씨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때만 해도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오전 또는 오후 시간대 일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좀처럼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그는 “오전과 오후 시간에는 남자들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쉽지 않다”며 “야간으로 시간대를 옮기니 생각보다 쉽게 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에는 시간대별로 선호되는 성별이 있다는 것이 이 씨의 설명이다. 이 씨는 “보통 취객 등 범죄 위험이 높은 야간 시간대에는 남자 아르바이트생이 맡는다. 그리고 손님이 많은 저녁시간에는 고객응대가 뛰어난 여자 아르바이트생이 담당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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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손님이 없는 시간대엔 사장이 직접 일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편의점은 출퇴근 시간인 오전 8~9시와 점심시간, 퇴근 시간에 매출이 급격하게 상승한다. 그 외 시간대엔 보통 손님이 없어 여유로운 편이다.
성동구 한 편의점에서 일하는 김민수(가명)씨도 “출근 및 등교 시간만 지나면 오전시간대는 손님이 별로 없어 사장이 직접 매장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또 "방과 후 아이들이 몰리는 시간이나 일하기 힘든 야간에는 아르바이트생을 주로 쓰면서 휴대폰 CCTV 앱으로 감시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자영업자인 편의점 사장이 일손이 부족할 때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건 당연하다. 아르바이트생 입장에선 일상생활에 지장없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일하고 싶은 것도 당연하다. 다만 아르바이트생들은 자신이 시간대를 선택할 수 없기 때문에 일상이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김 씨는 “일자리에 비해 구직자가 많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시간에만 일할 순 없다”라며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하지만 다른 선택권 없이 새벽시간에 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김규희 기자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