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 물건올리면 몇몇 전당포 감정가 제시
대출요건 충족못하고 급전 필요한 젊은층 발길
금붙이? IT 기기 맡기는 2030세대 발길 이어져
장기불황·높은 대출문턱·젊은층취업난 등 원인
[뉴스핌=이보람 기자] 어둑어둑한 골목길 끝 허름한 건물 한 귀퉁이. 얼굴이 겨우 보일락말락하는 작은 창문에 덧씌워진 쇠창살. 쇠창살 사이의 창문을 '똑똑' 두드리거나 벨을 누르면 드르륵 문이 열리고 그 문 사이로 전당포 주인이 쑥 나온다. "뭐 맡기러 왔어요?"
<자료=한국소비자원> |
전당포 하면 흔히 떠올리는 장면이다. 최근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전당포가 부활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더 쉽고 똑똑해진 모습으로 말이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조사보고서 '대부업체 부당약관 및 광고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한국대부금융협회에 등록된 전당포 숫자는 해마다 증가해 작년 3월 기준 1087곳이 영업 중이다. 2014년 한 해에만 전당포 498개가 새로 생겼다.
특히 최근 영업 중인 전당포는 취급 물품과 거래 방식이 과거와 달라졌다. 취급 물품은 기존 귀금속에다 IT 기기 등을 포함하면서 확대됐다. 감정은 온라인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취업준비생 최모(27세)씨는 최근 공채 시즌을 맞아 지난달 부모님이 졸업기면으로 선물한 태블릿PC를 전당포 중개 어플리케이션에 올렸다. 면접 때 입을 정장을 한 벌을 구입하기 위해서다.
전당포 중개 어플리케이션. <사진=구글스토어 캡쳐> |
몇 분 지나지 않아 몇 군데 전당포에서 감정결과를 제시했다. 이 업체 중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곳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 태블릿PC를 담보로 한달 동안 30만원을 빌리는 대신 이자 6800원을 내기로 하고 거래가 성사됐다. 최 씨는 물건을 맡기러 전당포가 있는 서울 종로구로 갔다.
최 씨는 "친구들이 소액 급전이 필요할 때 전당포를 이용하는 것을 보고 알게 됐다"며 "은행에 가기에는 금액이 적고 친구들한테 빌리기에는 부담스러울 때 가끔 이용하기에는 편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최근 전당포에서는 고가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노트북 등을 맡기고 '급전'을 빌려주는 경우가 일반화하고 있다. IT 전용 전당포도 이미 흔하다.
물건과 거래방식이 젊은층에 맞춰지다 보니 20~30대의 이용도 자연스레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31일 기자는 서울 은평구 연신내 한 전당포를 찾았다. 이 자리에서 10년 넘게 전당포를 김상민(가명·52세)씨는 "이 전당포를 처음 인수할 때만 해도 나이 지긋한 분들이 금붙이를 가지고 오는 게 대부분이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젊은 친구들이 노트북 같은 전자기기도 많이 가지고 온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런 물건들은 대부분 몇십만원대에서 가격이 책정되다보니 대부분 길게 돈을 빌려주지 못하고 대출 기간도 한달 정도로 짧게 잡는다"고 했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태블릿PC 등 전자기기를 취급하는 전당포. <사진=뉴시스> |
최근 몇 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전당포의 부활은 우리나라의 경제·사회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당포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불황이다. 가계 경제상황이 악화된 상황에서 급전이 필요한 경우, 은행권 혹은 제2금융권에서의 대출이 어려워 전당포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제2금융권 대출이나 카드발급 심사가 까다로워진 것 역시 전당포 이용이 증가한 이유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불황이 이어지면 신용대출이 어려운 사람이나 대학생들은 급전을 융통할 방법이 별로 없다"며 "젊은층의 전당포 이용이 늘어나는 것 역시 취업이 안돼 돈을 빌리기 어려운 젊은층들이 늘어났다는 얘기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