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다가오자 고도로 기획된 막말 정치 가동돼
'막말' 인지도 단박에 올릴 수 있는 카드
정책경쟁을 이끌어갈 내공 부족이 막말 이끌어내
[뉴스핌=조세훈 기자] 조기 대선이 본격화하면서 정치권 일각에서 '막말 정치' 양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막말 발언이 '가짜뉴스'와 결합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낳고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 MBC 에서 진행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MBC 100분토론회 리허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막말 정치의 선두주자는 자유한국당 대선주자인 홍준표 경남지사다. 홍 지사는 "민주당에서 1등 하는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하는가 하면,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선 "유죄가 되면 노무현 대통령처럼 자살하는 것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홍 지사의 막말은 진영을 가리지 않는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선 "춘향인 줄 알고 뽑았는데 향단이었다"고 했고,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에게는 "TK는 살인범도 용서하지만, 배신자는 용서하지 않는다"고 했다.
야당도 막발 정치에 뛰어 들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안 전 대표에 대해 "이번엔 아니구나, 나는 3수구나, 재수가 아니구나"라는 발언에 대해 조배숙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는 안타깝지만 아무리 품어도 부화하지 않는 무정란이다"고 막말을 내뱉었다.
문제는 막말 정치가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 교묘하게 쮜어짠 '이슈 메이킹'이라는 점이다. 막말은 대중의 관심과 호응을 단기간내에 끌어낼 수 있기에 인지도를 단박에 높힐 수 있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나 필리핀의 두테르테 대통령이 정치적 홍보수단으로 막말을 써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홍 지사의 별명이 ‘홍 트럼프’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전략을 그대로 차용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막말 정치는 분노와 증오를 일으켜 갈등과 분열을 낳는다. 국민들은 좌, 우 진영으로 나뉘어 막말에 카타르시스를 느껴 더욱 결집하고 단결한다. 토론에서 강경한 주장 쪽으로 사람들 의견이 점점 모이는 집단극화(Group Polarization)가 정치, 사회 전반에 만연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진영논리의 배경에는 한국사회의 권력구조 및 선거제도가 자리잡고 있다. 대통령제와 단선 투표제는 승자독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하면 권력을 모두 장악하기에 선거는 '전부' 아니면 '전무'의 이전투구의 장이 된다. 선거가 종착점에 다다를수록 51 대 49로 흐르기에 대선 주자들은 막말 정치를 통해 진영 결집이라는 높은 효용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대선정국에서 정책경쟁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콘텐츠 부족이 막말을 양산한다고 지적한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 지난 선거보다 덜 심하다"며 "준비된 후보들이 정책과 내용있는 비판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 지사나 김진태 후보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출마하다보니 콘텐츠가 없다"며 "대통령 옹위나 친노 프레임으로 공격하는 것밖에 남은 것이 없다"면서 막말이 발생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조세훈 기자 (ask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