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송주오 기자]“(대우조선해양 지원 관련)책임 소재를 운운하는 데 이 시점에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진행하는 것이다.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행하는 것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게 맞는 것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루는 것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 생각해 볼 문제다.”
최종구 수출입은행 행장은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추진방안 발표 자리에서 기자들이 책임 소재를 지적하자 작심한 듯 말했다.
산업은행의 '기업 구조조정실'이 대상이라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구조조정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사람에게 묻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대우조선은 지난 2015년 당국과 산은, 수은 등으로부터 4조2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받았다. 당시 당국은 세계적인 조선업 분석업체인 클락슨의 자료를 기초로 지원안을 짰다.
클락슨은 2016년 세계 발주를 711억달러(79조5000억원)으로 전망했다가 두 차례 수정해 405억달러(45조3000억원)로 축소했다. 하지만 실제 발주는 342억달러(38조2500억원)에 그쳤다.
대우조선도 당초 115억달러 수주를 예상했지만 15억달러에 그쳤다. 여기에서 2조원 가량의 유동성이 펑크났다. 대우조선의 유동성 문제는 예상보다 악화된 시장 탓도 크다. 세계적인 분석기관 마저 세 번이나 전망치를 수정할 정도로 심각한 수주 절벽이 돌출한 것.
대우조선은 자구노력을 착실히 진행했다. 지난해 1조8000억원의 자구안을 이행해 목표액(1조5000억원)을 초과 달성했다. 인력을 더 줄일 수 없었던 것은 수주한 114척의 배를 건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등이 팔리지 않은 건 거제도 등의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은 영향이다.
결국 당국, 산은 등에 일방적으로 책임을 물는 건 과하다는 얘기다.
구조조정도 시스템으로 이뤄져야한다. 업종별 메뉴얼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지원안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기준, 수정할 근거 등 세부적인 사항을 모두 매뉴얼에 넣어야 한다. 사람에 책임을 지우는 게 아니라 시스템을 수정해 정교하게 만들어가는 방향 말이다.
이번 지원안에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 설치가 포함됐다. 관리위원회는 채권단 중심의 관리체제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조선업 전문가와 회계·법률 전문가 등 민간전문가들이 참여한다. 자구계획 이행관리와 정상화 과정을 매년 외부기관에 의해 점검해 적기에 대응할 방침이다.
진일보했지만 여전히 아쉬움은 남는다. 기업 경영상 올바른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면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처벌을 면하는 ‘경영 판단의 원칙’을 구조조정을 담당하는 실무자들에게 적용하는 게 어떨지 싶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