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몸집 줄여 상선·특수선 중심으로 재탄생
해양플랜트 장담 못해 "기술 유지" vs "빅2·관련업계가 흡수"
동의서 2번 써낸 노조 "할 만큼 했다..납득불가"
[뉴스핌=조인영 기자] 금융당국이 대우조선에 5조원대 신규자금을 넣어 살리기로 했다. 급한 불을 끄는 대신 부실 원인이었던 해양플랜트는 사실상 정리, '작지만 단단한 회사'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 지원책의 골자다. 정부의 긴급 수혈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의 회생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노조의 고통분담 거부와 신규 수주 부진시 또다시 구제냐 청산이냐를 놓고 결단을 요구받을수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위원회는 23일 '대우조선 구조조정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회사채·CP 채무조정 후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2조9000억원을 신규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사업 구조는 경쟁력있는 상선·특수선 중심으로 효율화하고, 해양플랜트는 기존 수주잔량 인도에 집중해 사실상 정리하기로 했다. 자금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노조의 무분규·무쟁의 원칙 유지와 전체 임직원의 임금반납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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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전문가 "해양플랜트 축소 찬성...차별화 필요"
조선전문가들은 대우조선의 전체적인 몸집 줄이기는 불가피하나 해양플랜트 정리방안에 대해 입장차이를 보였다.
대다수 조선전문가들은 해양플랜트 설계능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상선과 특수선에 집중해 대우조선을 살리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조선연구단체 관계자는 "해양플랜트는 대우조선 실적 악화의 '원죄'와도 같다. 조선부문에 특화된 강한 기업을 지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홍성인 산업연구원 팀장도 정부 방침에 상당부분 동의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출혈경쟁을 줄이기 위해선 각 사별로 핵심제품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홍 연구원은 "시황이 느리지만 개선되고 있으며 대우조선은 LNG연료 추진장치(ME-GI엔진 등)등 조선분야 질적변화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해양플랜트는 보완적 영역으로 가져가는 것이 좋지만 고급 해양플랜트 인력은 그 부분으로 집중화하는 업체수요가 있고 연구기관, 대학 등에서도 수요가 있다"며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유관홍 현대중공업 전 사장은 해양플랜트를 제외하고 상선만 육성하도록 하는 것은 대우조선 문을 닫게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반대했다.
유 전 사장은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에서 대거 적자를 본 이유는 물량산출을 제대로 못했고, 발주사가 지정한 부품을 구매하면서 자재절감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자재를 여러 곳에서 쉽게 구할 수 있도록 부품처를 다각화하고, 기술개발을 지속해 원가절감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무개선·RG한도 증가…"신규수주에 도움"
이번 추가 지원으로 대우조선은 신규 수주 정상화 등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했다. 재무구조 개선으로 선수금환급보증(RG)발급에 숨통이 트일 뿐만 아니라 국제입찰에 지금보다 유리하게 가격경쟁을 할 수 있다는 것.
김영훈 경남대 조선해양it학과 교수는 "금융권에서 자금을 지원한다는 건 신뢰의 문제”라면서 “대외적인 이미지가 좋아져 수주를 맡겨도 되겠다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고, 자연스럽게 수주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도 "수주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금융사들이 RG를 발급 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RG한도가 늘어나면서 수주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출자전환에 따른 부채비율 개선도 수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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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서 앞둔 노조 "작년 2000만원 줄었다" 억울
그러나 노조는 채권단의 인력감축·임금반납 요구에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임금동결과 무쟁의 원칙을 지킨 상황에서 추가 고통분담 요구는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채권단의 요구로 대우조선은 올해 모든 임직원의 임금반납과 무급휴직을 실시하고 인건비를 2016년 8500억원에서 올해 6400억원 수준으로 축소해야 한다. 전년 보다 25% 줄어든 수치다. 직영 인력은 현재 1만명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9000명 이하로 축소한다.
이미 사무직이 최대 30%까지 임금반납을 하고 있어 실질 적용대상은 생산직이다. 노조가 있는 생산직은 현재 약 6000명 수준으로, 전체 인건비에서 25%의 절감 효과를 보려면 10% 이상 임금을 삭감해야한다. 앞서 회사는 전일 노조에 10% 상당의 기본급을 줄이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임성일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성과급 등 일시금을 지난해 한 번도 받지 못했고, 초과수당에 해당하는 잔업특근도 상당히 줄어든 상태"라며 "많게는 2000만원까지 줄어든 상황에서 다시 10%를 줄이라고 하면 생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채권단이 이해관계자간의 자율적인 채무조정 합의가 불발될 경우 새로운 기업회생시스템(P-Plan)을 통한 기업회생을 추진하겠다며 배수진을 친 만큼 생산직 역시 고통 분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노조의 판단이 기업의 생사를 결정지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사안이 중대한 만큼 노조도 인건비 축소에 동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회사를 살리기 위해 노사간 자발적 동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