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달러 대비 상승률 10위 통화 중 신흥국 7개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신흥국 통화가 미국의 금리인상과 유가를 필두로 한 상품 가격 하락, 여기에 보호주의 정책 기조까지 전통적인 악재 속에 건재한 흐름을 보여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달러화 약세 요인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이머징마켓 통화의 상승 탄력은 이례적이라는 진단이다.
멕시코 페소화 <사진=블룸버그> |
22일(현지시각) JP모간에 따르면 이머징마켓 통화 지수는 연초 이후 4% 이상 상승했다. 지수는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에 이른 상태다.
연초 이후 달러화 대비 상승률 상위 10위권에 이름을 올린 통화 가운데 7개가 신흥국 통화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남아공 랜드화가 올들어 9% 급등했고, 멕시코 페소화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책에도 8.5% 치솟았다. 인도 루피화와 한국 원화 역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신흥국 통화의 등락에 결정적인 변수로 통하는 재료를 감안할 때 더욱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지난 주말 주요 20개국(G20) 회의 성명서에서 보호주의를 배격하는 문구가 삭제된 것은 신흥국 통화에 커다란 악재에 해당한다.
이와 함께 최근 두드러진 국제 유가 하락과 원자재 약세 역시 전통적인 리스크 가운데 하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온건한 금리인상 기조를 제시했지만 지난 2년에 비해 통화정책 정상화가 빨라질 전망이고, 이는 지난 2013년 이머징마켓 금융시장에 이른바 발작을 일으켰던 요인이다.
이와 관련,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미리아 키리아쿠 전략가는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국경세를 포함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공약대로 이행될 가능성에 대해 크게 긴장하지 않고 있다”며 “시장 예상보다 온건한 연준의 정책 기조 역시 신흥국 통화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프리스 인터내셔널의 브래드 베첼 연구원은 “전세계 투자 자금이 기회가 잠재된 곳마다 스며들고 있다”며 상황을 전했다.
이 밖에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신흥국 통화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관련 국가의 경제 펀더멘털 개선 역시 통화 가치 상승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는 판단이다.
신흥국 통화 강세의 지속성에 대해 시장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표정을 짓고 있다. NN 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의 발렌틴 반 뉴벤후젠 애널리스트는 FT와 인터뷰에서 “관련 통화의 상승세는 앞으로 3개월 가량 이어질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이머징 통화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 상황 역시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고 전했다. 현재로서는 유연한 투자 전략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GAM의 닉 맥나마라 이사는 “미국의 보호주의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중국 경제가 크게 둔화되면 신흥국 통화가 전반적으로 하락 압박을 받을 것”이라며 “관련 통화에 대한 잠재 리스크가 작지 않다”고 주장했다.
UBS 역시 신중한 투자 전략을 주문했다. 생산성과 경쟁력 등 신흥국의 구조적 문제가 풀리지 않았고, 선진국 대비 관련 국가의 상대적인 성장 부진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