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미중 정상회담 앞두고 신중한 모습
[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동북아 3국 순방 마지막 일정지인 중국에서 북한 문제를 별도로 언급하지 않고 눈치만 살피며 소극적인 태도를 취했다.
19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앞서 일본과 한국 방문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날선 경고를 날렸던 틸러슨 장관이 중국에서는 발언 수위를 조절하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과 회동한 틸러슨 국무장관 <출처=블룸버그> |
베이징 도착 후 왕이 외교부장과 만난 틸러슨은 미국과 중국 양국이 한반도 상황이 다소 “위험한 수준”까지 이르고 있다는 점에는 의견을 함께 했다면서도 “추가적인 대화를 통해 양국이 상호 이해를 높여 협력 관계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관해서도 왕이 외교부장이 반대 의사를 밝혔을 뿐 틸러슨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관련 논의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틸러슨은 오히려 미국과 중국이 갈등과 대립을 피하고 상호 존중을 통해 서로 윈윈하는 협력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상호 존중이란 표현을 두고 중국 측은 미국이 대만이나 티베트, 홍콩 문제를 비롯해 남중국해 이슈 등에서도 중국 입장을 존중할 것이란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했다.
매체는 틸러슨의 이러한 어조가 미국이 양국 간의 관계에 있어서 큰 변화를 바라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중국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던 게 얼마 전인데 틸러슨 장관의 방중 태도는 미국의 의도를 헷갈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루안 종저 중국국제문제연구소(CIIS) 부소장은 중국 외교 관계자들을 만난 틸러슨의 어조가 “다소 애매했다”며 “굵직한 몇몇 이슈에 대해서 그의 입장을 알고 싶다”며 아쉬운 반응을 보였다.
왕이 외교부장에 이어 틸러슨을 만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양국 간 협력 강화와 더불어 민감한 이슈에 대한 미국의 “적절한 처신”을 주문했다.
시 주석은 양국 간 갈등보다는 공동의 이해를 갖는 이슈들이 훨씬 많다는 점을 강조하며 양국이 대화와 협력을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음달 초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는 만큼 틸러슨은 이와 관련한 세부 사안들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고,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으로 공식 초청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틸러슨의 이번 중국 방문에 대해 중국이 외교적 승리를 거둔 것이라며 미국에는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뉴스핌 Newspim] 권지언 시드니 특파원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