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60주년 기념 정상회담 해법 주목
[뉴스핌=이영기 기자] 유럽연합(EU)이 이번 달 로마에서 열리는 60주년 기념 정상회의에서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반세계화 움직임으로 더욱 결속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내부에서는 브렉시트 등 EU에 대한 도전이 쏟아져 진퇴양난에 빠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비전보다는 현상에서 점진적인 결속 강화를 다지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으로의 비전이 여전히 빈약하다는 의미다.
지난 15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를 개시하는 법안을 재가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이로써 테리사 메이 총리가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해 EU탈퇴를 공식 통보하고 2년간의 협상을 개시하는 모든 준비는 완료됐다.
메이 총리는 오는 25일 로마에서 개최되는 로마조약 60주년 기념 비공식 EU정상회의 이전에는 50조 발동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로마조약은 EU의 유럽경제공동체(EEC)를 창설한 조약이다.
브렉시트의 본격 추진은 올해로 환갑을 맞이하는 EU의 앞날에 대한 관심을 더 높이고 있다.
◆ 환갑맞은 EU, 진퇴양난에 빠지다
무엇보다도 EU의 앞날이 이전 처럼 선명하지는 않다는 우려가 먼저 제기된다. 오는 25일 로마에서 열리는 60주년 기념 정상회담에서 제시될 만한 새로운 비전이 없는 것이다.
16일 자 파이낸셜타임스(FT)는 "장 클로드 융커 EC위원장은 로마회의를 앞두고 지도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불확실성을 강조하고 있다"며 "설득력있는 로드맵(Road Map)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EU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하던 국제주의 질서가 깨지는 상황에서 그 통합의 강도를 높여야할 필요성을 더 높아지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그와 반대로 브렉시트 등 수많은 도전에 직면하는 진퇴양난에 빠진 형국이다.
우선 EU지도부는 왼쪽으로는 반세계화(anti-globalization)와 오른쪽에는 반이민(anti-immigration)이라는 포퓰리스트의 공세에 갇혀있다. 브렉시트는 잠재해 있던 영국 민족주의의 승리로 인식되고, EU 지지 엘리트는 권위주의에 둘러싸였다.
헝가리와 폴란드에서는 이미 권위주의적인 우파가 정권을 잡고 있고, 프랑스에서는 인종차별적인 국민전선이 득세하고 네덜란드에서는 반이슬람 공약이 남발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FT는 "2017년 EU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현재 정치 물결이 민족주의 재건 쪽으로 향하고 있어 주권 공유와 초국가적 협조를 현실화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고 환기했다.
◆ 외부 도전까지… 통합 강화 불가피
2008년 금융위기와 그 이후 경기 침체는 세계화에 대한 확신을 꺾어놨고, 급증하는 이민은 어려운 경제에 문화 충돌까지 얹어놓는 격이 된 것이다. 러시아가 여기에 가세해 현재의 유럽 체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도전하고 있다.
더구나 미국의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통합을 지지하던 기존의 미국입장을 바꿔 브렉시트를 거들고 나서면서 EU를 독일이 지배하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결국 이번 로마회의를 회원국의 재정통합(fiscal union)과 EU의 국경통제, 외교정책에서 군사문제에 대한 과감한 통합을 주장하는 장으로 활용할 수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다만, 한 가닥 희망은 이번 회의가 EU 통합의 심도를 더하고 단일시장을 더 강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여러가지 선택권을 기준으로 서로 다른 속도로 이런 사항이 추진되는 것이 현실적이다.
예컨대 초기 EU를 발기한 6개국(프랑스, 독일,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벨기에, 이탈리아) 등 통합에 적극적인 국가가 먼저 추가적인 통합단계를 이뤄내고, 약간 주저하는 회원국들은 그 뒤를 따라갈 수 있다는 것.
FT는 " 60주년을 맞은 지금, 독일의 메르켈 총리같이 EU에 적극적인 지도자가 예외적인 상황에서, EU가 여러가지 선택권을 기준으로 더 강한 통합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어 보인다"고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