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인니 광산 공급 차질 장기화 조짐
기업들 설비투자 기피→공급 부족 심화
[뉴스핌= 이홍규 기자] 최근 조정으로 올해 상승폭을 반납한 전기동(구리) 선물 가격이 다시 기지개를 킬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달러 강세, 중국의 수입 둔화 요인 등이 억제 요인이지만, 앞으로 이를 압도할만한 공급 충격이 시장에 나타날 것이라는 주장이다.
9일 블룸버그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구리 선물 가격은 지난달 세계 최대 광산인 칠레의 에스콘디다의 파업과 지난 1월 인도네시아의 그래그버스 광산 구리에 대한 정부의 수출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약 3%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 두 광산의 구리 매장량은 글로벌 공급량의 8~9%(약 170만톤)를 차지한다.
현재 구리 선물 가격은 런던금속거래소(LME) 3개월물 기준으로 톤당 5690달러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2월 6100달러에서 약 6.7% 되떨어진 것이다.
LME 구리 3개월물 가격 1년 추이 <자료=블룸버그통신> |
이처럼 올해 구리 가격 상승세가 부진했던 것은 미국의 달러화 강세와 중국의 부진한 수요에 따른 공급 증가, 그리고 일부 생산업체들의 헷징과 선물 매도 포지션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 이번주 LME의 지정 창고에는 약 6만5000톤이 넘는 구리가 인도돼 유입량이 200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 칠레·인니 광산 공급 차질 장기화 조짐
그러나 두 광산의 공급 차질이 해소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면서 구리 시장은 다시 공급 측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에스콘디다 광산을 운영하고 있는 BHP빌리턴 측은 오는 4월 1일 새 노동법 발효를 앞두고 근로자의 급여 등을 둘러싼 노동조합과 분쟁에서 한발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그래버스광산을 소유하고 있는 프리포트-맥모란은 수출 재개를 위한 조건으로 신규 채광허가를 신청하고 다른 사항들을 요구하고 있는 정부 입장에 대해 이 사항을 들어주면 국제법원을 통한 청구권을 잃을 수 있다며 인도네시아 정부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구리 <출처=블룸버그> |
우드 맥킨지의 폴 베냐민 분석가는 "이 문제들이 빨리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그래버스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장기간 이어진다면 우리는 이 수준에서 가격이 안정화되거나 더 상승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씨티 분석가들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수출 금지가 지속되면 그래버스 광산의 올해 생산량은 당초 예상했던 75만톤에서 26만톤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미 이 두 광산에서 13만5000톤에 달하는 생산량이 실종된 가운데 분석가들은 두 광산의 문제가 지속할 경우 구리 선물 가격이 올해 톤당 7000달러에 근접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 투자 기피 "2020년까지 40% 더 오른다"
전문가들은 두 광산의 생산 차질 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의 미온적인 투자 태도에도 주목하고 있다. 주요 광산 기업들은 현재 가격으로는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없다고 보는 입장인데 기업들이 15%의 수익률을 필요로 한다고 가정할 때 가격이 7275달러는 돼야 투자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우드 맥킨지는 분석했다.
구리 가격이 지난 2011년 고점에서 거의 반토막이 난 이후 모두가 낮은 채산성을 우려해 설비 투자에 나서기를 기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주 캐나다 원자재 기업인 루카스 룬딘은 플로리다에서 열린 광산 콘퍼런스에서 업계가 '겁쟁이'가 됐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RK캐피탈매니지먼트는 설비 투자 부진과 맞물려 올해 공급 부족량이 32만7000톤에서 2020년에는 60만톤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봤고 가격은 2020년까지 8000달러까지 올라설 수 있다고 씨티는 예상했다.
[뉴스핌 Newspim] 이홍규 기자 (bernard020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