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6일로 총회 연기...전경련 와해 등 정국 영향도
[뉴스핌=조인영 기자]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이익을 대변할 한국석유화학협회장 선출이 한 달 뒤로 미뤄졌다. 재계 이익단체인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 와해 조짐에 그룹 계열사들이 몸사리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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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영 석유화학협회장이 '2017 석유화학 신년인사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전민준 기자> |
21일 한국석유화학협회는 허수영 협회장(18대, 롯데케미칼 사장)의 임기가 3월말로 만료됨에 따라 당초 이달 23일 정기총회를 열고 제 19대 협회장을 선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총회를 불과 며칠 앞두고 '순환제'에 대한 의견이 더 필요하다는 회장단(주요 석화기업 12개사) 측의 요청으로 총회 일자를 한 달 뒤인 내달 16일로 연기했다.
협회 측은 "회장 선임과 관련해 중간에 한 번 더 논의를 할 필요가 있어 정기총회를 3월로 연기했다"며 "다른 특정한 목적이 있거나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며 새 시스템에 대한 보완적인 얘기를 나누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는 그간의 정황상 연기 사유가 명확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미 3개월 전 회장 선출을 '순환제'로 바꾸기로 의결했기 때문에 생각할 시간은 충분했다는 것이다.
앞서 협회는 작년 12월 임시총회를 통해 협회장 선출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회원사들간 추천과 상의로 적당한 후보자를 추대한 뒤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의결했던 기존 방식에서 앞으로는 상위 5개사 최고경영자(CEO)가 2년씩 돌아가면서 회장직을 맡는 식이다. 대상자 5곳은 LG화학, 한화케미칼, SK종합화학, 롯데케미칼, 대림산업이다.
예를 들어,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19대 회장으로 선출되면 나머지 4개사의 순번도 확정한다. 한 번 협회장을 맡으면 10년 뒤 다음 순번이 돌아온다. 중임(연임)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불가피한 경우에만 1회 한정해 허용하기로 했다.
5개 기업 계열사 CEO도 회장직을 맡을 수 있도록 선택권도 확대했다. 예를 들어 한화케미칼 순번이 도래하면 그 때의 상황에 따라 한화종합화학이나 한화토탈 CEO가 회장직을 수행할 수 있다. SK 역시 SK종합화학이나 SKC 대표 모두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이렇게 각 그룹 계열사까지 합하면 회장대상자는 10개사가 넘는다.
그러나 순환제 합의와 후보군 확대에도 차기 협회장 인선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실제,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이 최근 "연임 의사가 없다"고 밝힌 가운데 지금까지 자진해서 하겠다고 의사를 비친 곳이 없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케미칼이 그간 차례로 회장직을 수행해온 것으로 미루어 업계는 LG화학과 SK종합화학 중에 차기 회장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오랜 기간 LG화학에 몸 담은 인물로 인지도나 경험면에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김형건 SK종합화학 사장도 순번상 다음 회장이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 모두 자리를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LG생명과학과의 합병 안정화가, SK종합화학은 중국 글로벌마케팅본부 신설 등 초점을 중국 투자에 맞추고 있어 회장직을 맡는 데 난색을 표하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현안 챙기기지만, 속내는 전경련 붕괴로 인한 '자제령'이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주요 화학사들이 소속돼있는 그룹사들은 전경련에서 잇달아 발을 빼면서 대외활동을 자제하고 있다. 삼성, LG, SK가 탈퇴했고 나머지 그룹사들도 참여 여부를 검토중이다.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4개 회원사를 보유한 대한석유협회도 상황은 비슷하다. 강봉균 전 회장의 별세로 현재 문일재 부회장이 회장대행을 맡고 있다. 통상 외부 인사를 협회장으로 영입해온 석유협회는 당분간 대행체제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협회 측은 "아직까지 논의되거나 진행중인 것은 없으며, 협회 내에서도 시일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