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일가에 건넨 78억원 '도피 여부' 관건
특검, 영장발부에 사활…소명여부는 불투명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형석 기자 leehs@ |
[뉴스핌=이성웅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서 '재산국외도피'와 '범죄수익은닉' 두가지 혐의를 추가했다.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 뇌물수사에 사활을 걸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러나 두 혐의에 대한 소명이 녹록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15일 특검팀과 사정당국에 따르면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총 5가지로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국회 증언감정법 위반(위증)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다.
이중 뇌물공여와 횡령, 위증은 지난 1차 영장 청구 때도 적용됐던 혐의다. 다만, 특검의 보강수사로 미뤄볼 때, 뇌물공여 성립의 결정적 요인인 '부정한 청탁'에 삼성 SDI 관련 순환출자고리 해소 청탁과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특혜 청탁 등이 포함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구체적인 혐의 등을 밝힐 계획이다.
쟁점은 이 부회장에게 추가로 적용된 재산국외도피와 범죄수익은닉 등의 혐의로 보여진다. 특검으로선 지난달 19일 영장 기각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많은 혐의를 넣었지만, 정황상 추가 혐의에 대한 소명이 쉽지 않다.
특검팀은 삼성이 최순실씨의 독일 설립 페이퍼컴퍼니인 코레스포츠와 220억원대 컨설팅 계약을 맺고 이 중 78억원을 송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이 부회장 등이 박근혜 대통령과 최씨 일가에 건넨 430억원 중 78억원을 국외재산도피로 간주한 것이다.
대법원 판례 등에 따르면 국외재산은닉을 적용할 때 가장 쟁점이 되는 부분은 '재산을 국외로 도피시키려는 의도가 있느냐'이다. 따라서 이번 사건에선 삼성이 뇌물로 78억원을 줬다고 가정했을 때, 송금을 '도피 행위'로 볼 수 있는냐가 관건이다.
범죄수익은닉의 경우 상대적으로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 특검팀은 삼성이 우회 지원 방식으로 최씨와 딸 정유라 측에 명마(名馬) '블라디미르'를 지원한 행위는 범죄수익은닉으로 판단했다.
특검팀은 삼성이 최씨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비타나V' 등 정씨의 기존 연습마 두필을 덴마크 중개상에게 넘기고, 최씨 측이 돈을 더 내면 블라디미르 등 두필의 소유권을 얻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블라디미르의 가격은 2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박영수 특별검사. 이형석 기자 leehs@ |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범죄수익등의 취득 또는 처분에 관한 사실을 가장한 자'를 처벌한다. 즉, 최씨의 뇌물수수 범죄 수익의 처분에 관한 사실을 우회지원을 통해 마치 최씨가 직접 취득한마냥 가장했다는 것이다.
이 역시 삼성이 최씨 일가에 건넨 뇌물에 복합적인 해석을 부여한 셈이다.
다만, 송금내역이 있는 코레스포츠 지원 건과 달리 명마 우회 지원의 경우 삼성이 완강히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한정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16일 오전 10시30분부터 이 같은 혐의에 대한 특검의 소명이 타당한지 심리할 예정이다.
50억원 이상 재산국외도피죄와 범죄수익은닉죄의 법정형량은 각각 '무기 또는 10년 이상 징역', '5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