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표적수사로 주요 의사결정 수개월째 차질
[뉴스핌=황세준 기자] 특별검사팀의 표적수사로 경영시계가 멈춰버린 삼성이 정기 주주총회 일정조차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SDI, 삼성전기 등 삼성 주요 계열사들이 이날까지 주총 일정과 안건을 확정하지 못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경영 일선에 나선 2015년 이후 주총 개최 한달 전 안건을 확정해 시장에 알려 왔다. 2015년엔 2월 12일, 2016년엔 2월 13일에 주주 소집결의 공시가 이뤄졌다.
그러나 올해는 사상 초유의 총수 구속 우려로 한치앞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불투명해지면서 주총 안건 확정에도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12월 결산법인 중 주주총회 일정을 확정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상장사는 131개다. 이 중 절반이 넘는 68개 회사가 다음 달 24일 주총을 개최할 예정이다.
삼성측은 "정기주총은 3월중에만 열면 된다. 안건과 일정이 정해지면 공시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법과 증권거래법상 주총 소집은 2주전까지만 통보(공시)하면 된다.
삼성전자 주총에서는 1주당 2만7500원씩 총 3조8500억원의 현금배당 안건, 9조3000억원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안건 등을 상정해야 한다. 임기만료가 도래한 등기임원은 없다.
시장에서는 지배구조 개편 방향성을 제시할지도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의 투기자본 엘리엇이 제안한 인적분할 방안,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 사외이사 선임 등을 검토 중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6일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회사의 위기관리 시스템을 개선하겠다"며 "끊임없는 기술 혁신과 사업고도화로 경쟁사와 격차를 확대하고, 소비자의 본원적 니즈를 발굴해 새 기회를 창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SDI의 경우 678억원의 현금 배당 안건과 3월 17일자로 임기 만료되는 김성재 사외이사 재선임 또는 다른 인물의 신규선임 등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삼성은 지난 14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재청구로 비상이 걸린 상태다. 미래전략실 임직원들은 물론 계열사 관계자들도 본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사태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만약 이 부회장이 구속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수조원대 투자나 고용창출 등 최고 경영진의 결단이 있어야 가능한 부분들이 전면 중단될 우려가 크다.
삼성은 지난달 19일 첫번째 구속영장 기각 직후 경영 정상화에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에 공식 탈퇴서를 제출했고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전실 해체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영장 재청구로 경영 시계는 다시금 멈췄다.
당장 오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전장 업체 하만이 주주총회를 통해 삼성과 합병안건을 의결한다. 일부 하만 주주들이 합병 반대 의사를 밝힌 상태지만 삼성은 특검 조사에 발목을 잡혀 적극 대응을 하지 못했다.
재계는 특검의 무리한 수사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도주 우려가 없는 기업 총수에 대해 법원이 불구속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총은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되면 삼성 그룹 경영 공백으로 인해 혼란스러워질 것"이라며 "이에 따라 우리 경제의 대외 신인도 역시 타격을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16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결과는 17일 새벽쯤 나올 전망이다. 삼성은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주거나 부정한 청탁을 한 적이 결코 없으며 법원에서 이같은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