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조사 직후 구속영장 재청구...대책마련 분주
[뉴스핌=황세준 최유리 김겨레 기자] 이달 말까지인 활동 시한에 쫒기고 있는 특검의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식 수사에 삼성은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4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담당 사장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함께 청구했다. 지난달 19일 첫번째 영장이 기각된지 26일만이다.
특검은 지난 13일 오전 9시 30분께 이 부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재소환해 15시간여 조사한 뒤 14일 새벽 1시께 귀가조치했다. 이어 채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첫번째 영장 당시에는 조사를 마친 시점과 청구 시점 사이에 3일 간격이 있었다. 때문에 재계와 삼성 안팎으로는 특검이 이미 구속영장 재청구라는 답을 정해 놓고 형식만 갖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조사 시간을 보면 첫번째 영장 청구 당시에는 22시간을 잡아뒀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훨씬 적었다"며 "특검이 추가로 포착한 혐의에 대해 확인하는 정도로 진행, 이 부회장으로서는 그만큼 소명할 기회가 줄어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은 긴장감 속에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삼성측은 "특검이 구속영장을 결국 재청구 할 것이라고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닥치고 보니 분위기가 좋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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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서초동 특검사무실에 뇌물공여 혐의로 재소환되고 있다.<사진=이형석 기자> |
첫번째 영장 청구 당시 삼성은 특검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고 법원에서 잘 판단해 주리라 믿는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당초 삼성은 이번 재소환을 의혹 해소의 계기로 삼는다는 계획이었다. 소환 직전 종합 해명자료를 배포하며 적극 대응에 나섰다. 이 부회장도 출두하면서 "모든 진실을 특검에서 성실히 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특검의 답정너식 수사로 삼성은 또 한번 사상 초유의 총수 구속 위기를 넘겨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삼성 미래전략실 임직원들은 물론 계열사 관계자들도 본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특검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약 이 부회장이 구속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수조원대 투자나 고용창출 등 최고 경영진의 결단이 있어야 가능한 부분들이 전면 중단될 우려가 크다.
재계는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재청구에 반발했다. 도주 우려 없는 인뭏을 구속하는 것은 삼성그룹은 물론 한국경제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우려에서다
한국경총은 "이 부회장이 도주와 증거 인멸 우려가 없는데도 구속 수사 방침을 세운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구속되면 삼성 그룹 경영 공백으로 인해 혼란스러워질 것이고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 역시 타격을 입게 된다"고 우려했다.
삼성은 정권의 요구에 못이겨 어쩔수 없이 돈을 낸 피해자임을 지속적으로 강조했음에도 뇌물죄 피의자로 취급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된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정부로부터) 어떠한 특혜도 받은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 과정에서 금융감독위원회 등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 역시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코스피 상장 규정 변경 전에도 미국 나스닥과 코스닥 상장은 가능했고 코스피 상장으로 인한 추가 혜택은 없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삼성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이후 추가 우회지원을 한 바 없고 명마 구입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정유라 지원이 아닌 승마지원이라는 점도 재차 밝혔다. 중간금융지주회사법 입법을 추진시키기 위해 관련 부처에 로비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